시민단체 “건설사업자 등 소수만 이익” VS 학계 “도심 공급 근본 대책 재건축·재개발 뿐”
전문가 “사업 유인 크지 않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더딜 듯… 보다 획기적인 대책 필요”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가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가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최근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을 발표한 정부가 안전진단 제도 개선, 재건축부담금 감면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5년간 전국 22만호, 서울 10만호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해 도심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두고 시민단체, 전문가, 학계의 의견이 제각각으로 갈리면서 향후 논쟁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서민주거 안정이 아닌 건설사업자 및 조합원 등 일부만 배불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인해 시장 내 투기 열풍이 불어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학계는 도심공급을 위한 방안이 재건축‧재개발이 최선책인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이 획기적인 부분이 없어 사업 유인 효과가 없다면서도 시민단체들의 반대 주장 또한 너무 앞서간 형태라고 평가했다.

◇ 정부, 도심공급 확대 위해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

지난 16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기간은 합동으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는 재건축부담금 면제금액 상향 조정, 안전진단 규제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관련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적정선을 넘어선 과도한 재건축부담금이 도심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조합원과 임대주택‧일반분양을 기다리는 다수 국민의 불편‧부담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재시행 결정 이후 올해 첫 부과되는 재건축부담금 부과기준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고령자 등에 대한 특례, 임대주택 공급 등 공익 기여 사업장 부담금 감면과 같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이익은 환수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 자체를 저해하는 수준의 부담금은 적정수준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주택시장 안정화 및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유예됐다”며 “2018년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곳을 대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진행할 예정인데 아직 시행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와 관련된 추가 개선 대책을 오는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발표 일정 및 개선 방안 등 구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안전진단 제도 완화도 추진키로 했다. 지난 2018년 3월 안전진단 규제 강화 이후 신규 재건축 사업이 과도하게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정부는 앞으로 구조안정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조정해 재건축 사업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향후 5년간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전국에서 22만호 이상의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주민 희망시 조합설립 없이 부동산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시민단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건설사업자‧조합원 등 소수만 이득 봐”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시민단체는 ‘서민 실수요층 보다는 건설사업자 및 조합원 등 일부만 배불리는 조치’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재건축부담금 감면, 구조안정성 조정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무주택 서민층 보다는 건설사업자·조합원 등 소수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정책”이라며 “더군다나 재건축·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이익을 정부가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면 오히려 투기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존 영세가옥주, 세입자 등에 대한 이주 대책 없이 정부가 빠른 재건축‧재개발 사업만 추진한다면 과거 이명박 정부 뉴타운 개발사업 때처럼 이주 수요 폭발로 인한 전셋값 폭등, 투기 열풍에 따른 집값 급등, 원주민·세입자 퇴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경실련(경제정의실천연합)도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추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행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존재만 할 뿐 아직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며 “지난 문재인 정부 때에는 집값 폭등으로 재건축사업에서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했고 이는 곧 조합원 등 소수에게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은 꼭 필요한 주택에 한정해 재건축 등을 허용하는 일종의 개발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인 만큼 무턱대고 완화해서는 안된다”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은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퍼주려는 정책으로 서민 주거안정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수 년간 공사중단됐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최근 공사재개 됐다./뉴시스
수 년간 공사중단됐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최근 공사재개 됐다./뉴시스

◇ 전문가 “정부 정책 획기적이지 않아… 투기 우려 주장은 과대해석”

한 부동산분석기관 전문가는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천명했으나 시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번에 발표한 정책이 획기적이지 않고 사업 유인성도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투기가 우려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아직 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에서 다소 무리하게 과대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적어도 5년 이상 걸리고 빨라야 3년 이상 걸리는 장기 개발사업으로 정부가 이를 전담하기엔 무리가 있어 민간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민간은 당연히 개발이익을 얻어야 사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개발이익은 정부가 환수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부담금 감면도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에 그닥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이미 2018년 이전 재건축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의 경우 재건축부담금 감면이 사업 유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이해당사자간 관계가 복잡해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일례로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의 경우 51년간 재건축 논의가 매번 흐지부지 되다 최근에서야 재논의 되고 있다. 정부가 보다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학계 “재건축·재개발, 도심 공급 최선책… 언제까지 규제만 할 순 없어”

이현석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다”며 “큰 틀에서 보자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3기 신도시 개발’, ‘재건축‧재개발’ 뿐인데 ‘3기 신도시 개발’은 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재건축‧재개발은 도심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근본적으로 도심 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뿐이다”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 대부분은 도심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엉뚱하게도 외곽 지역 공급에만 치우쳤다”고 못박았다.

이현석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근본 대책인 재건축‧재개발을 7~8년간 막아왔고 이로 인해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언제까지 재건축‧재개발을 막고만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그는 “주택시장에서 자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 대비 부족한 공급, 특히 선호 지역에 대한 공급 부족 등이 원인”이라며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어떻게 공급을 늘려갈 것인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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