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가율 80% 이상인 ‘깡통전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가율 80% 이상인 ‘깡통전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올해 6월 인천광역시 숭의동 한 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깡통전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매에 넘어갔고 전세보증금 피해액 규모만 총 6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최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경찰서에는 접수된 아파트‧오피스텔 전세사기 사건은 100여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올해 7월 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했고 △‘깡통전세’ 등 고의적 보증금 미반환 △무자본‧갭투자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권한 계약 △위임범위 초과 계약 △허위보증·보험 △불법 중개·매개행위 등 7개 유형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선정한 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각 지역별 전세가율 정보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 예비 세입자들이 ‘깡통전세’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 중인 서울시도 각 자치구별 전세가율을 공개했다. 지난 8월말 서울시가 공개한 각 자치구별 전세가율 자료에 따르면 시 전체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84.5%, 아파트는 평균 54.2%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자치구 중 강서구(96.7%), 양천구(92.6%), 금천구(92.8%)의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전세가율은 90%를 넘어서면서 ‘깡통전세’가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요 언론 지면상에는 정부·서울시·부동산전문기관 등의 전세가율 통계자료, 국회의원별 ‘깡통전세’ 관련 분석자료, ‘깡통전세’ 피해 사례 등을 기반으로 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전세가율’은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전세가율’은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부동산 업계는 통상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전세가율과 ‘깡통전세’간 상관 관계를 전문적으로 분석해 다룬 논문 등의 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전세가율이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기준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학계‧정부 관계자 등에 문의했다.

서울시가 지난 8월말 자치구별 전세가율을 공개했다. /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8월말 자치구별 전세가율을 공개했다. /뉴시스

◇ 부동산 분석기관 전문가 “전세가율 사실상 ‘깡통전세’ 판단기준으로 봐야”

부동산 분석기관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전세가율이 ‘깡통전세’ 판단기준이라는데 동의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가율은 사실상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며 “업계에선 통상 전세가율 80% 이상인 경우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깡통전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시장회복기·시장침체기, 지역별 등에 따라 전세가율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회복기에는 매매가격이 올라 전세수요가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전세가율이 높아도 전세사기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시장침체기에는 집값 하락세로 일정 전세가율 이상시 전세사기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같은 전세가율이더라도 수도권 등 대도시 주택 밀집 지역은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가 성행해 전세사기 위험이 큰 반면 지방은 주택 자가보유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위험이 적다”고 부연했다.

황한솔 경제만렙 리서치연구원은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주기 힘든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며 “매매가격이 낮아지면 전세가격도 낮아지는데 신규 세입자는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을 내게 된다. 보통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데 지금 같은 부동산 하락시기에는 기존 세입자에게 온전히 전세보증금을 돌려 주는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따라서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안전하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전세가율은 ‘깡통전세’ 판단기준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전세가율은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실제 수치상 ‘깡통전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지역별 전세가율은 큰 의미가 없다. 해당 지역에 고가주택이 있을 시 평균 전세가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단 개별주택 전세가율은 살펴봐야 한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이용해 갭투자를 하기에 발생한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뉴시스
지난달 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사기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뉴시스

◇ 금융기관 산하 전문가, ‘깡통전세’ 판단기준 맞아 VS 주요 기준 중 하나일뿐… 의견 분분

금융기관에 속한 전문가들의 경우 전세가율의 ‘깡통전세’ 판단기준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을 펼쳤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은 “전세가율은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또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일정 수준 높으면 주택가격 하락시기에 해당 주택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보전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우병탁 팀장은 “단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 해석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전체에 적용해 전세가율이 ‘깡통전세’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한 지방농촌주택의 전세가격이 1억원인데 반해 매매가격이 8,000만원이라면 전세가율은 100%를 초과한 상태”라며 “하지만 해당 주택은 거래가 되거나 경매에 나올 가능성이 적고 대출도 낮은 금액만 이뤄지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에 반해 서울·수도권 등 대도시는 전세가율이 이보다 낮은 80%(연립·다세대주택)대임에도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ALL100)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단일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전체적인 시장을 살펴볼 때 전세가율은 ‘깡통전세’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지수에 속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가능성이 큰 전세를 의미하는데 가령 전세가율만 높다고 ‘깡통전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예를 들어 집주인의 대출금이 상당 규모라던가 집주인의 체납 세금이 과다할 때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깡통전세’가 된다”고 근거로 내세웠다.

지난 2013년 ‘깡통전세‘ 피해자 및 시민단체가 정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뉴시스
지난 2013년 ‘깡통전세‘ 피해자 및 시민단체가 정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뉴시스

◇ 정부 관계자·학계 “전세가율과 함께 낙찰가율 등 다른 정보도 살펴봐야”

정부 관계자와 학계에서는 전세가율 뿐만아니라 경매 낙찰가율 등도 중요한 지표로 인식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관계자는 “주로 전세가율을 기준으로 ‘깡통전세’ 여부를 판단하지만 전세가율은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는 지역별 기준 전세가율을 공개하고 있는데 실제 중요한 것은 각 매물별 전세가율”이라며 “각 매물별 전세가율과 함께 등기상 정보,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 등 여러 정보를 모두 살펴봐야 ‘깡통전세’ 여부를 보다 확실히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가율을 살펴보는 것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에 넘어 갔을 경우 어느 정도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추산하기 위함”이라며 “집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을 좀 더 정확히 따지려면 경매낙찰률‧낙찰가율 등 여러 정보도 함께 봐야 한다”고 알렸다.

이어 “임차인들은 앞서 설명했듯이 임대차 계약 전 전세가율과 함께 등기상 정보, 집주인의 국세 체납 여부 등을 모두 검토해야 ‘깡통전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먼저 ‘깡통전세’라는 학문적 단어는 없고 대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를 ‘깡통전세’로 일컫는다”고 운을 뗀 뒤 “전세가율은 ‘깡통전세’ 판단기준이라고 사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게 말하자면 매매가격 2억3,000만원, 전세가격(보증금) 1억9,000만원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대략 83% 수준”이라며 “전세보증금 1억9,000만원은 통상 2년간 묶이게 되는데 지금과 같은 집값하락 시기라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간 차이는 2년 동안 급격히 줄어들고 심하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 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권대중 교수 역시 전세가율과 함께 경매낙찰가율 등의 정보도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권대중 교수는 “전세가율과 함께 경매낙찰가율도 살펴봐야 한다”며 “전세가율이 경매낙찰가율보다 높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지난달 기준 경기도 평균 낙찰가율이 약 79% 수준인데 경기도 내 매매가격 1억원, 전세가격 8,300만원(전세가율 83%)인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7,900만원만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만약 유찰된다면 법원은 20~30% 낮은 가격으로 재경매에 들어간다. 결국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은 점점 깎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학계‧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세가율이 ‘깡통전세’ 판단기준에 속한다는 점은 ‘대체로 사실’로 보인다. 

즉 ‘전세가율’은 ‘깡통전세’를 판단하는 일부 지표 중 하나지만 전체 시장 측면에서 ‘깡통전세’를 판단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 <전·월세 계약하세요? ‘서울시 전월세 정보몽땅’을 활용하세요> / 서울시 발표자료, 8월 23일 
- 경찰청,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실시 /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발표자료, 7월 25일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인터뷰

-황한솔 경제만렙 리서치연구원 인터뷰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 인터뷰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ALL100) 부동산전문위원 인터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관계자 인터뷰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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