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운영 역사 중 엘리베이터 없는 유일한 역
휠체어리프트, 지상에서 지하 5층 승강장까지 1시간

이동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당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지만 교통약자인 장애인들에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권리다. 거리의 각종 높은 턱과 취약한 교통수단은 이들의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기 일쑤다. 2005년 ‘교통약자 이통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후,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7호선 남구로역은 이동편의 시설이 부족해서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조윤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7호선 남구로역은 이동편의 시설이 부족해서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서울시가 시내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지속 확충한 결과, 전체의 94.4% 역에서는 교통약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역이 있다. 바로 7호선 남구로역이다. 현재 엘리베이터 공사 중이거나 일부 층에만 있는 역들이 있지만 남구로역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 “우리 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요” 다른 역으로 돌아가는 장애인들

13일 오후 7호선 남구로역에서 하차했다가 낯선 안내글을 봤다. “우리 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였다. 남구로역 승강장은 지하 5층에 자리잡고 있다. 깊은 지하에서 지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장애인,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불편한 역이다.

기자가 ‘실제 엘리베이터가 없는지’ 남구로역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엘리베이터는 없다. 2024년까지 공사하려고 설계는 다 해놨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남구로역을 이용하긴 할까. 역무원은 “휠체어리프트가 있지만 지하 5층에서 위까지 가려면 1시간 걸린다”며 “불편해서 그분들은 다른 역을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7호선 남구로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남구로역에서 하차해보니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안내 글이 보였다./조윤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7호선 남구로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남구로역에서 하차해보니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안내 글이 보였다./조윤찬 기자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과 임산부, 부상자 등 교통약자들은 해당 역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남구로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내부 통로에 있지만 6개 출구 중 2개만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나머지 출구는 모두 계단이다. 1·4번 출구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고, 2·5번 출구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며, 3·6번 출구는 계단만 있다.

남구로역 3번 출구가 멀리 보인다. 3번 출구는 편의시설은 없고  계단만 있다. 휠체어 그림 표지가 보여서 장애인 시설이 있다고 오해하기 쉬웠다./조윤찬 기자
남구로역 3번 출구가 멀리 보인다. 3번 출구는 편의시설은 없고 계단만 있다. 휠체어 표식이 보여 장애인 시설이 있다고 오해하기 쉬웠다./조윤찬 기자

남구로역 교차로에 가보니 언덕 위에 있는 3·4번 출구가 보였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 3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현장에서는 유아차(유모차)를 끄는 여성이 힘겹게 올라오고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이 비교적 쉽게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이끌면서 3번 출구로 내려가는 사람도 보였다.

3번 출구는 편의시설은 없고 계단만 있다. 출구 벽면에는 ‘편의시설 이용안내’라는 지도가 있다. 장애인 리프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다. 휠체어 마크가 있어서 장애인 시설이 있다고 오해하기 쉬워 보였다.

남구로역 4번 출구다. 이 출구 옆길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이 주차돼 있어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으로 길이 생겨 있다. 여러 명이 지나갈 경우가 있어 이동 속도가 느린 교통약자는 급하게 움직여야 한다./조윤찬 기자
사진은 남구로역 4번 출구 모습이다. 출구 옆길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이 주차돼 있어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도의 보행공간이 있다. 여러 명이 지나갈 경우, 이동 속도가 느린 교통약자는 급하게 움직여야 한다./조윤찬 기자

만약 3번 출구에 방문한 휠체어 이용자가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가까이 붙어있는 4번 출구로 가면 된다. 4번 출구로 가는 길이 편하지는 않다. 4번 출구 옆길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이 주차돼 있어 보행 가능한 공간이 넉넉치 않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 정도다. 출구 앞 아스팔트 바닥도 울퉁불퉁 했다.

역무원의 말대로면 4번 출구에 도착해서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1시간가량 지하 5층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지하철에 탑승해야 한다. 4번 출구 인근에서 영업 중인 상인 A씨는 “리프트 사용하는 사람이 1명 있다”면서 “한 달에 한 번 봤는데 이번 달은 못 봤다”고 언급했다.

주민 B씨는 “여기는 에스컬레이터만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다”며 “서울시가 해주겠다고 한 걸로 아는데 언제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운영 역 대상 1역사 1동선 추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7호선 남구로역이 유일하다. 3번 출구 벽면에는 장애인 시설이 있는 출구를 안내하는 지도가 있다. /조윤찬 기자
남구로역 3번 출구 벽면에는 장애인 시설이 있는 출구를 안내하는 지도가 있다. /조윤찬 기자

2000년 2월 29일부터 운행된 남구로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사람들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갔고 장애인들에게 외면 받아 왔다.

지난 1월 28일 서울시는 소통포털 ‘내 손안에 서울’을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7호선 남구로역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5호선 강동‧종로3가역, 6호선 새절‧상월곡‧봉화산‧구산역, 7호선 수락산‧청담‧광명사거리역은 일부 층에만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해야 남구로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고 우려가 있어 다른 역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2024년 이후에는 다른 역으로 가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구로구청이 남구로역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인가해 앞으로 관련 시설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서울시는 2022년까지 시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마련, ‘1역사 1동선’을 하기로 약속했다. 1역사 1동선은 교통약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14일 기준 1역사 1동선 확보율은 서울시 전역에서 94.4%이고 서울교통공사 역 가운데 93.1%다. 이에 서울시는 1월 28일 ‘1역사 1동선’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2024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1~8호선 275개 전 역에 ‘1역사 1동선’을 100% 확보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역이 아닌 나머지 역들은 모두 1역사 1동선이 확보됐다. 이번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역만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업이 목표하는 시간까지 했으면 좋은데 현장 여건이 좋지 못했다”며 “2024년까지는 계획을 잡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드디어 설치되는 남구로역 엘리베이터… “2024년 말 완공 목표”

구로구청은 지난 7월 7일 ‘7호선 남구로역 1번 출입구 외부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인가했다. 현재 1번출구에는 경사로와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다./조윤찬 기자
구로구청은 지난 7월 7일 ‘7호선 남구로역 1번 출입구 외부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인가했다. 현재 1번 출구에는 경사로와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다./조윤찬 기자

구로구청은 지난 7월 7일 ‘7호선 남구로역 1번 출입구 외부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을 인가했다. 구로구가 고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까지 공사한다. 시행사인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끝냈고 설치 설계를 완료했다. 올해 공사비를 확보해 공사시작을 결정하게 됐다.

공사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사는 지연 없이 지금 정상 추진 중”이라며 “올해 6월 29일부터 2024년 12월 14일까지 예정돼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실착공하기 전에 도로 점용 및 도로 굴착 인허가 협의(7~9월)를 일단 했고 안전관리 계획서 1차 보완 작성을 현재 진행 중이다. 지금 지장물, 예를 들어 전력선이나 통신선·가스관 등 이설을 한전과 가스공사 측과 협의 중에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것을 먼저 하고 착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사를 결정하기 전에 ‘남구로역 외부 E/L 설치공사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지하안전용역평가는 지반조사 분야 기업인 ‘주식회사 지오스캔’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맡아 수행했다. <시사위크>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하안전영향평가 협의를 실시했는데 ‘지장물 이설 협의 및 인근 건물 주의 시공’을 조건으로 설계에 반영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1역사 1동선이 되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외부에서 대합실까지 엘리베이터 1대가 설치되고 내부 대합실에서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 2대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총 3대 엘리베이터 모두 2024년까지 기간 안에 공사된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역무원 모두 불편한 휠체어리프트… 엘리베이터 완공 전까지 불편 지속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7호선 남구로역이 유일하다.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해야 해당 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고 우려가 있어 다른 역으로 가게 된다./조윤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역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7호선 남구로역이 유일하다. 휠체어 이용자는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해야 해당 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사고 우려가 있어 다른 역으로 가게 된다./조윤찬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외부에서 승강장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휠체어 이용자는 완공 전까지 여전히 남구로역을 이용하기 어렵다.

남구로역 모든 통로를 직접 살펴보니 휠체어 이용자가 1번 출구로 통행하는 경우 휠체어리프트를 네 번 타고 4번 출구로 통행하는 경우에는 다섯 번 타야 했다. 승강장이 지하 5층 깊숙한 곳에 있어 이동거리가 길다. 남구로역에서 하차해 외부로 나가는 것도 시도하기 어려워 보였다.

휠체어리프트는 역무원이 기계에 열쇠를 꼽아야만 작동된다. 또한 계속 ‘상승’이나 ‘하강’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역무원과 장애인 서로 불편하다.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리프트에 탑승한 사람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장애인들은 해당 시설을 회피하게 됐다.

남구로역처럼 장애인 시설이 부족한 역에 대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서울시가 1역사 1동선으로 엘리베이터를 짓겠다고 약속한 사항인데 지금 안 돼 있다면 약속 위반”이라며 “이전에는 2022년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2024년까지로 미뤄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휠체어리프트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수차례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서 살인 기계라고 불린다”며 “그런 기계를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1역사 1동선이 연결돼 있어도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것들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차했다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다른 역으로 가는 일이 빈번하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리프트가 설치되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인지돼 있으면 그 역에서 내리지 않고 다음 역에서 내려서 이동하는 사례들이 많다”고 답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서울지하철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 생긴다…올해 10곳 신설/ 서울시, 2022년 1월 28일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3672

도시계획시설(철도)사업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고시/ 구로구청, 2022년 7월 7일

https://www.guro.go.kr/www/selectBbsNttView.do?bbsNo=663&nttNo=138899&&pageUnit=10&key=1791&pageIndex=51

남구로역 외부 E/L 설치공사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 용역 / 서울교통공사, 2022년 5월 26일

https://www.g2b.go.kr:8081/ep/invitation/publish/bidInfoDtl.do?bidno=20200528035&bidseq=00&releaseYn=Y&taskClCd=5&whereAreYouFrom=bidResultComtDtl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구로구청, 남구로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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