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휴마시스 주주들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휴마시스 주주들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18일, 코스닥 상장사인 휴마시스는 주주 A씨가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하루 전인 17일 A씨와 4명의 소액주주들이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보유 지분이 5.45%가 됐다는 내용입니다.

소액주주도 지분 공시를 해야 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우선, 소액주주의 정확한 의미는 1% 미만의 지분을 보유 중인 주주인데요. 보유 중인 지분 현황에 대한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5%부터입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47조를 통해 규정돼있습니다. 특별관계자와의 지분 합계가 5%를 넘어선 경우 5일 이내에 보유 상황과 목적을 공시해야 하고, 향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때에도 공시를 해야 합니다. 다만,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냐 경영참여냐에 따라 구체적인 공시 의무에 차이가 존재하며, 경영참여일 때 지켜야할 규정이 더 많습니다.

이번에 공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A씨는 총 5.45%의 지분 중 4.25%를 보유 중입니다. 나머지 4명은 지분이 1%에 못 미치는 소액주주이고요. 보유 목적은 경영참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휴마시스의 주주로서 본인과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경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며 “기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개정된 법에 맞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의 관련 행위를 하고자 하고, 향후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최종 수립되면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죠.

주주들은 왜 주식 공동보유 보유 계약을 맺고 경영참여까지 선언한 걸까요?

사실, 휴마시스는 이미 소액주주들이 실력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지난 1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입니다. 

휴마시스는 이번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신규 선임, 정관 일부 변경, 주식병합 등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반발했습니다.

먼저, 주주제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시주주총회 개최 추진이 공시된 뒤 휴마시스 주주들은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경영을 전문적으로 책임질 이사 1명과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타 법인 인수 등을 위한 M&A 전문가 이사 1명 선임 △소액주주의 추천을 받은 감사 선임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한 이사진들의 정당한 보상을 위해 임원 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증액 등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이사 보수 한도와 감사 선임 시 전자투표제 도입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사측이 상정한 안건의 내용입니다. 휴마시스가 상정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엔 적대적 인수합병 시 신규 이사 선임 또는 기존 이사 해임을 까다롭게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출석 주주의 70%, 전체 주주의 50% 이상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죠. 또한 휴마시스는 주식을 병합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방안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휴마시스는 이러한 정관 변경의 목적이 각각 적대적 M&A 방어와 적정 수의 주식 유통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서 보면 모두 주주가치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정관 변경이었습니다.

이처럼 주주제안은 선택적으로 상정하고, 사측이 상정한 핵심 안건은 주주가치 제고와 거리가 멀었던 점이 주주들이 반발한 이유입니다. 이에 주주들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에 대한 주주제안을 철회하는 한편, 사측이 상정한 안건을 저지하기로 했죠.

결국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모든 안건이 부결된 채로 막을 내렸습니다. 주주들의 행동이 휴마시스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겁니다.

A씨의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가 공시된 것은 이처럼 소액주주가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긴 직후입니다. 향후 주주들의 행동이 더욱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휴마시스는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의 지분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7.58% 불과합니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80%가 넘습니다. A씨와 특별관계인들의 지분이 5.45%로 차정학 대표 측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만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주주들의 행동이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휴마시스가 향후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휴마시스 주주 A씨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10월 18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1018000146

 

휴마시스 임시주주총회결과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10월 14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1014900605

 

휴마시스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2년 9월 19일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091900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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