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이버MBA' 인수가격 부풀리기 증언 확보
이석채 전 회장, 회계법인에 기업가치 ‘뻥튀기’ 압력 정황 포착

이석채 전 KT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서울중앙지검 조사부)은 최근 이를 입증할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KT가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과 모종의 ‘작업’을 벌인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그동안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딱 잡아떼던 KT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은 현재 KT의 ‘석연찮은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KT가 지난해 교육콘텐츠업체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뻥튀기’한 것 아닌지에 대한 의혹이 그것이다.

KT는 지난해 7월 77억7,500만원을 투자해 사이버MBA의 지분 50.5%(174만9,000주)를 인수했다. 주당 4,445원 수준이다. 하지만 사이버MBA의 2010년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었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는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익은 1억원에 그쳤다. KT는 이처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액면가의 무려 9배나 주고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KT는 “A회계법인 감정 자료를 토대로 지분가치를 산정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계법인의 객관적인 평가에 따라 정당한 가격을 주고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최근 사이버MBA 인수에 관여했던 A회계법인 관계자와 KT 임직원 등을 불러 조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KT가 지난해 사이버MBA를 인수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A회계법인 측에 “가치평가를 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클리어’ 돼야 한다”고 주문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KT는 A회계법인 측에 “2011년 B회계법인에서 실사한 사이버MBA 평가액 135억원 선을 유지하라” “B회계법인에서 했던 (1차) 평가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가치평가 보고서가 작성되면 좋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KT가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따라 기업을 인수해 ‘과다한 자금을 들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작업’을 지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로부터 이 같은 주문을 받은 A회계법인 측은 지난해 6월 사이버MBA 주식인수 60억원, 신주발행 20억원 등 총 8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인수계획안을 제출했고, KT는 A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인수의 타당성을 내세우는 자료로 제시하며 사이버MBA를 인수했다.

▲ 검찰이 이석채 KT회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 관련해 KT서초사옥과 관계사, 계열사 및 임직원 주거지 등 13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한 11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KT서초사옥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검찰은 가치평가 보고서 제출 시한 이후 2주일 만에 투자가 이뤄진 것에 비춰 ‘짜맞추기 실사’를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회계법인이 KT의 ‘지시’에 따라 충실히 역할 수행을 한데 대해서 대가성 여부나 특혜성 이면 계약 여부 등에 대해 파헤치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사이버MBA는 이 전 회장의 8촌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설립한 회사다. 유 전 장관은 이 회사의 회장을 지냈고, 현재도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A회계법인에 대한 압력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현재 이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서유열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다. 서 부문장은 현재 교육 등 목적으로 미국 체류 중이다. 서 부문장은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청와대 등 정·관계에 로비를 주도한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회사 관계자 소환조사,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께 이 전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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