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이석채 KT회장의 배임혐의와 관련 KT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10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KT 서초지사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이석채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최근 정치권 유력 인사의 ‘외압’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위 ‘이석채 리스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과 일부 언론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KT의 자회사인 ‘KT엠하우스’ 사무실과 민태기 사장 자택,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 ‘앱디스코’를 압수수색하고 정치권 유력 실세가 이 회사에 부당지원을 하도록 이 전 회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그동안 ‘설’로만 치부되던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지 재계는 물론 정치권도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 야권, 수사 파장에 촉각

검찰이 정조준한 인물은 야당 거물급 실세 A의원이다.

A의원은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인 ‘앱디스코’가 KT엠하우스 측에 거래대금을 주지 못해 거래가 끊길 위기에 놓이자, 이를 돕기 위해 이 전 회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래를 계속 유지하도록 요구한 것은 물론, 여기에 투자까지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지난 5월 KT엠하우스는 앱디스코가 미지급금 10억원을 입금하지 못하자 거래 중단까지 검토했으나 상환합의서를 작성하고 분할 납부를 하도록 했다. 게다가 경영 악화로 거래중단까지 검토됐던 앱디스코에 오히려 협력 강화를 선언하고 지난달 2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KT는 앱디스코에 대한 20억 투자에 대해 “회사의 성공가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앱디스코에 대한 투자심사를 진행한 벤처캐피탈들은 모두 투자를 접었다.

업계에서는 A의원은과 앱디스코 대표 B씨와의 친분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A의원의 딸과 앱디스코 대표인 B씨는 같은 대학 선후배로, B씨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 A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A의원이 B대표를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에 견줄 ‘젊은 피’로 밀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광화문지사의 모습.

A의원이 속해있는 국회 상임위가 KT 규제 관련 법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배경이다. 이석채 전 회장 입장에선 A의원의 청탁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KT엠하우스 대표인 민태기 사장이 3개월 동안 업무정지를 당했다가 복귀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민 사장은 지난 8월 앱디스코의 미납대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 업체와 거래를 끊으려 했다가 업무정지를 당했다는 소문에 휩싸인 바 있다. 민 사장 업무정지 기간에 KT는 앱디스코의 채무 상환을 연장해 줬고 오히려 20억원을 출자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논란이 일자 민 사장을 복귀시켰다.

검찰은 현재 이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된 전반적인 기초 수사는 대부분 마치고, 추가로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의원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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