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문형표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 예산안심의를 앞둔 정국에 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특히 민주당은 문 후보자의 임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더구나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소식은 국회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등이 모여 ‘4자회담’을 진행하는 와중에 전해졌다. 오후 3시30분 경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를 예고했다.

◇ 민주당 “한번 붙어 보자”

“이건 정국을 정상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춧가루를 뿌리는 거나 다름없다. 아무리 ‘불통 대통령’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을 성토하기에 바빴다. 더구나 국회에서 ‘4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기습적으로 이들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박 대통령의 ‘기만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김한길 대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민주당의 특검 제의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야당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인사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데 대해 오히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문형표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더구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처리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 여야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불신’의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청와대가 이들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자 민주당은 ‘기습을 당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2일 오전 새누리당 황 대표가 ‘4자회담’을 역제의하자, 오늘 중으론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은 없을 것으로 민주당은 판단했다.

‘4자회담’을 통해 예산안 심의와 특검, 그리고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해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청와대 임명강행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이들 후보자 임명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 문책론’이 나돌기 시작했다. 황찬현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때도 ‘지도부 문책론’이 나돌긴 했으나 긴박한 정치적 사안으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연이어 새누리당과 청와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민주당의 이같은 흐름에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자칫 민주당 내홍이 재연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처리와 황 대표의 유화책을 강력히 성토하면서 더욱 더 박근혜 정부에 칼날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 청와대의 12월 정국 구상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강행이 민주당을 더 자극할 것이라는 건 청와대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이들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는 2014년이 시작되기 전에 여야 사이에 ‘싸움의 불씨’가 될 사안은 다 털고 가자는 생각이다. 이들 사안을 새해까지 끌고 갈 경우 내년에도 여야 냉전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 민주당의 논리에 말려 박 대통령이 이들 후보자를 임명하지 못할 경우 힘의 균형이 급격히 야당으로 넘어가는 것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임명이 강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불씨가 돼 민주당의 협조를 받지 못해 준예산이 편성되는 것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새해 예산안이 편성되지 않아 준예산이 편성될 경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향해 국정 발목잡기라며 맹비난할 것”이라며 “준예산 편성에 따른 여론도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새해를 한 달 앞두고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여당 단독 국회상정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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