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국 정상화를 위한 3차 4자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밤 여야 지도부는 4자회담을 재개하고 합의를 도출했다.
“공멸은 막아야 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생각이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과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 문제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여야가 3일 밤 극적 합의에 이른데는 ‘공멸’이란 단어가 크게 작용했다.

이미 민주당 김 대표는 ‘국회 보이콧’이란 강수를 둔 상태였고, 새누리당 황 대표는 ‘준예산 편성’을 막아야 했다. 사실상 양당 대표의 지도력을 실험할 마지막 무대였고,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시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같이 죽는’ 상황을 맞이할 처지였다.

3일 오전 10시에 이어 밤에 3차 4자회담을 갖는 것도 이같은 ‘공멸인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멸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는 ‘물밑협상’이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과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물밑협상의 실무를 맡았다. 3일 밤 만난 두 사람은 몇 번의 줄다리기 끝에 큰 구도에서 잠정 합의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김 본부장은 황 대표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새누리당이 양보할 마지노선을 정하는데 골머리를 썩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특검도입 부분이 문제였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 없는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이미 천명한 상태였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이같은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특검도입 문제는 청와대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어서 새누리당 입장에선 ‘도입불가’가 사실상 당론이었다. 특검 도입과 관련, 민주당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합의문’ 도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민주당 민 본부장도 당 대표인 김 대표와 연락을 취하면서 민주당이 양보할 선을 확정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다. 국회를 보이콧하면서까지 특검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는데 지금 와서 슬쩍 한발 빼는 것도 모양이 썩 좋지 않는 상황이었다. 중진·최고연석회의,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민주당이 ‘특검을 계속 논의한다’는 추상적인 문구와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과 입법권을 맞바꿈으로써 합의는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양당 실무진들이 의견을 접근함에 따라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까가 만나 합의사항을 정리했다. 물론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회와 가까운 호텔에서 만나 실무진에서 합의한 사항을 토대로 잠정 협상안을 도출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국회정상화를 통해 새해 예산안 심의와 민생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민주당은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원장과 입법권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수준에서 ‘빅딜’이 성사됐다.

3일 밤 8시부터 진행된 양당의 협상은 불과 1시간 만에 극적 타결에 합의하고 국회는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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