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김양수 해양수산부 해양산업정책관이 남극 장보고기지 2단계 건설단 출국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헬기 사고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4일 오후 7시30분쯤(현지시각) 발생했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을 지원하러 가던 헬기가 아라온호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 것.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중이던 11명 중 기장 이모 씨 등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아라온호에 탑승한 의사에게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건설 인부 1명의 화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상이 심할 경우,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미국 맥머도 기지로 이송될 가능성도 있다.

◇ 원인 모를 화재 '왜'

사고 헬기는 러시아 ‘카모프’사가 제작한 헬기로, 현대건설이 창운항공으로부터 임차해 사용하던 중이었다. 정원 16명, 화물 4.6톤을 실을 수 있는 대형 헬기다. 헬기는 파손 정도는 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라온호의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현대건설 직원을 포함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2단계 공사를 맡은 150여 명의 건설단 본진이 지난 16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라온호 승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현재까지는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화재의 원인이 무엇이냐를 두고 온갖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일 것이라는 추측에서부터 조종사의 운전 미숙, 기체결함 등 헬기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들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 입장에선 적잖이 곤혹스런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한 곳이 현대건설의 ‘이름’을 걸고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수주를 맡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는 남극에 대한 과학적 연고권을 획득하게 되는 중대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기지가 완공되면 고층대기과학, 대륙붕 지역 광물ㆍ수산 등 해양자원조사 연구가 가능해 극지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극지인프라 건설은 선진국에 비해 반세기나 늦었지만 장보고 과학기지가 건설되면 세계에서 10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 상주기지를 가진 나라가 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이다.

이 같은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로선 ‘명예’가 걸린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건설 입장에서도 이번 사업은 지난 1988년 ‘세종과학기지’ 이후 24년 만의 과학기지 건설이다. 24년만에 다시 ‘남극신화 창조’에 도전한 셈이어서 더욱 무게감이 크다.

◇ 공기 못맞출까 '노심초사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본관동과 발전동, 정비동의 기초공사와 철공, 외장 패널 설치 등 1단계 공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2단계 공사가 진행중이며, 이를 위해 현대건설 직원을 포함한 150여명의 건설단 본진이 지난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현지로 떠났다. 2단계 공사의 성공적 완수에 대한 결의를 다진 지 보름만에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건설 입장에선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 남극 장보고 기지 조감도.

현대건설은 무엇보다도 이번 사고로 인해 공사 기간에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사실 이번 2단계 공사는 1단계 공사와 마찬가지로 사업 착수 전 계획된 일정 대비 무려 한 달 여 앞당겨 착수됐다. 남극은 연중 실제 공사가능 기간이 평균 65일에 불과하고 운송ㆍ하역작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잦아 건설기간을 앞당긴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년 3월 준공이 목표인 장보고기지 건설공사는 현재 36%의 공정률에 그치며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 여기에 뜻하지 않은 헬기 사고까지 겹치면서 공기 내 준공은 더욱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자칫하면 24년만에 다시 도전한 ‘남극신화 창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현대건설의 수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사고조사관 2명을 파견할 예정이다. 원래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국가에서 사고조사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남극은 특정 국가 소유지가 아니어서 정부가 조사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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