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10일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 삼성그룹의 이른바 ‘노조파괴’ 전략 문건이 발견돼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번엔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이 노조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0일 오전 11시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버랜드의 교육에서 벌어진 ‘노조가입 방해와 허위사실 유포’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지적하는 교육은 지난 2011년 7월 6일 사내에서 진행됐다.

금속노조는 우선 교육 시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2011년 7월은 복수노조가 허용된 시점이다. 금속노조는 “삼성에버랜드가 노조 설립 움직임을 인지하고 노조파괴 전략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원과 노조를 분리시키기 위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교육은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A씨가 진행했다. 금속노조가 입수해 공개한 해당 교육의 녹취록에는 충격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A씨는 “민주노총이 양당에 정치자금을 대준다”면서 “민주노총이 삼성에 깃발을 꽂으려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20만 명이 다니는 삼성에 노조 만들면 1년에 700억 이상이 들어올 것 같은데…”라는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이 돈, 즉 조합비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에버랜드에 노조 결성을 유도하고 있으며, 그 돈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등을 거론하며 노조활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과 노조 결성 시 반드시 외부세력 개입이 뒤따른다는 발언도 했다.

특히 기륭전자를 예로 들 때에는 “김소연 분회장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심은 사람인데, 위장취업해서 큰 언니 역할을 했다”며 “월급을 많이 못 받던 시기에 한 달 평균 500만원을 썼다. 금속이랑 민주노총에서 대준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연대 ‘다함께’와 강기갑·노회찬의원 등에 대한 악의적인 발언과 비난도 이어졌다. 이정희 대표에 대해서는 “사상적 기반이 종북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A씨는 “최근 언론에서 삼성에버랜드에 노조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다”라며 “어느 단체가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은 알고 있다. 보고 있다”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했다.

금속노조는 A씨의 이 같은 발언들이 합법적인 범위를 넘은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와 개입이라며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과 노동·진보 단체 및 인사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삼성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막으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삼성에버랜드를 노조가입 방해와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금속노조 미조직 비정규사업실 이상우 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삼성의 ‘노조파괴' 전략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는데, 2011년에 진행된 이 교육 또한 그 전략의 일환이라 판단해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며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해당 교육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교육 도중 나온 발언은 개인적인 생각이자 강의 스타일일 뿐 회사 측에서 입장을 밝힐 내용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시사위크>가 입수한 녹취파일에 의하면 해당 교육은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노조가 문제를 삼은 발언들은 50분 가깝게 지속됐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또한 금속노조 측의 고소와 사과 요구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과 계획도 없다”며 법적 대응과 관련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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