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사 서초사옥.
삼성그룹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룹 주요 계열사간 지분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두고 외부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의 행보가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3.81%), 삼성물산(2.54%), 삼성중공업(0.03%)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968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의 계열사 주요주주는 삼성전자(37.45%)와 삼성생명(34.41%) 두 곳이다.

◇ ‘지주회사 전환’ 초석 다지나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율이 30%를 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매입으로 삼성카드 지분율이 기존 28.02%에서 34.41%로 늘어났다. 상장사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고, 그 아래 금융 자회사인 삼성생명을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이건희 삼성그룹 오너 일가. (사진 좌로부터 시계방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중간 금융지주회사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를 설치하도록 강제한 제도다. 중간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가장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부진·서현 남매의 후계경영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려면 그전에 지배구조를 지주사 형태 등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매입이 그런 차원의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형태로 짜여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제조계열 지주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지 못하게 돼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거론되는 또 다른 방안은 바로 ‘중간 금융지주사 설립’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전체의 지배회사가 되고, 금융계열에선 삼성생명이 중간 지주회사가 되는 방식으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후계구도 염두한 지분정리” 시각도 여전

▲ 삼성생명.


게다가 ‘금융’은 ‘삼성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금융계에서는 삼성생명이 향후 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손해보험 등 다른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삼성그룹의 중간 금융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또 다른 축인 ‘삼성물산 역시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물산은 올 들어 4차례나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3일 삼성SDI가 가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7.81%(312만4,222주)로 치솟아 제일모직(13.1%)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삼성물산은 한때 상사 부문 고문을 맡고 있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쪽으로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곳이다.

결국 계열사간 사업구획 조정은 본격적인 3세 분할경영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삼성은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매입은 단순히 순환출자의 고리를 정리하는 차원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취득 배경 역시 사업적 시너지와 장기적 자본수익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분 변동을 단순히 사업적·경영적 시너지 목적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더 큰 그림 아래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삼성그룹의 움직임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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