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총파업 9일째인 17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가한 노동자 1200여 명(경찰 추산 600명)이 철도 파업에 대한 무차별적 탄압과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수서발 KTX 법인은 계열사로 출범하게 됐다. 철도운영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코레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최연혜 사장은 지난 10일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서발 KTX 회사 설립에 대해 코레일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며,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노조의 우려처럼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 아니라는 것이 최 사장의 주장이었다.

한술 더 떠 정부는 ‘경쟁체제 구축’이 17조원의 부채에 허덕이는 철도공사의 경영구조 개혁의 촉매가 돼 철도공사의 건전성 확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코레일 내부 문건에는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연간 460억원 규모의 중복 투자비용이 발생해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는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KTX자회사를 설립한다’고 주장한 코레일 측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수서발 신규사업자 법인 설립 시 추가 비용’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 5월 코레일 내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로, 코레일은 문건에서 “자체 충당 가능한 인력을 중복 채용함으로써 철도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숙련 인력 전직을 유치할 경우 공사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인건비 지출이 우려”된다고 했다.

물적 측면에서는 본사 사옥, 예·발매 시스템 등 각종 정보시스템, 기관사 등 인력교육기관, 차량시설 유지·보수 설비 등에 최소 연간 22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부적으로는 KTX자회사 설립이 비효율적이고 비용낭비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는 결국 민영화 수순이라는 철도노조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자회사 형태로 ‘수서발 KTX’ 운영사를 설립한다는 정부안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수서발 KTX가 민영화될 경우 흑자 노선이 떨어져 나가면서 적자노선에 지원하는 교차보조가 사라지게 돼 결국 코레일은 더 큰 영업적자에 허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영업수익이 적은 지방 노선은 운행이 어려워져 민간에 매각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방법으로 운영하게 된다고 철도노조는 보고 있다. 적자노선은 민간이나 재벌이 맡을 일이 없고 결국 지자체로 운영권이 넘어가게 돼 지방경제만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성적자가 쌓이면 폐선 위기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철도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최 사장과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되레 철도노조에서 회사와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불법파업을 하고 있다며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압박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 최 사장은 파업 참가자들을 직위해제 했는가 하면, 검찰은 지도부 10여명에 대한 체포영장에 이어 간부급 170여명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마치 파업 중인 노조를 단단히 혼내줄 생각으로 가득해 보인다.

철도노조 파업은 18일 기준으로 10일째로 접어들었다. 철도노조 사상 최장 파업이다. 정부와 코레일 측 역시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의 파업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외부에선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정부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현재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을 보면 코레일은 앞과 뒤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파업을 중단시키려면 노조를 ‘이해’시키면 되는데 최연혜 사장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하게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 KTX자회사를 만들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 도대체 뭘 보고 믿으란 말인지 최 사장은 스스로에게 반문해야 한다. 최 사장은 이제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털어놔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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