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연금 개혁 논의가 드디어 시동을 걸 모양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5일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연금재정 안정화 및 4대 공적 연금 등 개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은 국민연금 개혁이다. 현재 정부 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에 고갈된다. 저출산·고령화로 기금 고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다.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인상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재정안정화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기금운용의 효율화와 수익률 제고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낸 적립금을 토대로 900조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기금 고갈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금운용 수익률이 1%p만 증가해도 기금 고갈 시기가 4년 늦춰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대로 기금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기금고갈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1988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민연금기금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6.76%다. 올해는 증시 침체로 주식 및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저조한 형편이다. 지난해 11%까지 치솟았던 기금운용 수익률은 올해 상반기 -8%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워낙 시장이 안 좋았던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금고갈 우려를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 

많은 국민들은 자신이 매달 내는 연금을 국민연금이 잘 굴려 불려주길 기대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설문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6월 28일부터 7월4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한 연금개혁 방안으로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국민연금이 가장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과제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응답자의 36.2%는 ‘순수투자자로서의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꼽았다.

그렇다면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 전문가들은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얘기해왔다. 27일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공동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위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는 재정안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입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추진되는 모수적 개혁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금정책위원회(ALM위원회)를 통해 제도 운영과 기금운용을 명시적으로 분리하고,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와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전담기금운용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기금운용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논의는 십수년째 공회전만 돌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금운용본부 운용 인력 이탈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도 공석이 됐다. 안효준 전 CIO는 지난 18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내달께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공석 상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자본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긴축 통화 정책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등이 겹치면서 국내외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자본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연기금의 책임투자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대응을 위해선 기금운용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책임투자 원칙 체계화 등이 필요하다. 연금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볼 때다. 
 

근거자료 및 출처
경총,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
2022년 8월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운용현황
2022년 10월 출처입력
‘연금개혁’ 한국금융학회, 한국재정학회, 자본시장연구원 공동 토론회 개최
2022년 10월 27일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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