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지난 29일 ‘2020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유년기부터 적자인생을 걷다가 27세에 흑자에 진입한 후 61세에 다시 적자 재진입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지난 29일 ‘2020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유년기부터 적자인생을 걷다가 27세에 흑자에 진입한 후 61세에 다시 적자 재진입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통계청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생애주기적자가 총 97.5조원인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총소비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출생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한국인 ‘흑자’ 인생 34년… 정점은 42세

통계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0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2020년 △총소비는 1,081.8조원 △노동소득은 984.3조원으로 생애주기적자는 총 97.5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령층(15~64세)에서는 167.2조원의 흑자가 발생했고, 유년층(0~14세)과 노년층(65세 이상)은 각각 141.8조원과 122.9조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국민이전계정은 국민계정 생산범위에 포함되는 경제적 자원 흐름에 대한 연령별 분포를 분석한 계량지표다. 최근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때 생애주기적자는 소비와 소득이 아닌 소비와 노동소득의 관계로 정의된다. 국민이전계정에선 노동소득 이외의 소득은 모두 기존에 얻은 노동소득이 다른 소득 형태로 변환된 결과로 보기 때문이다. 즉 노동소득 이외의 소득은 모두 이전 또는 재배분 개념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노동소득은 16세까지는 0이다가 점차 증가해 42세에 최대(3,725만원)을 찍고 점차 감소하는 모습으로 거꾸로 된 U자 모양을 그린다. 1인당 소비의 경우는 16세에 3,370만원으로 가장 많다.

따라서 1인당 생애주기적자는 16세 때 3,370만원으로 최대 적자를 내는데 이는 교육소비의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에 진입하게 되는 시기는 2020년 기준 27세다. 그 이후 43세에 1,726만원으로 최대 흑자를 찍고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된다. 노년층의 적자는 보건소비의 영향이 크다.

연도별로 보면 흑자 진입 연령은 27~28세로 일정한 편이지만 적자 재진입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점차 늦춰지는 경향을 보여 2020년에는 61세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노동을 그만두는 시기가 늦어지는 흐름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한편 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부분은 이전(-3.2조원)과 자산재배분(100.6조원)을 통해 충당된다. 이전과 자산재배분을 합한 연령재배분 총량값은 생애주기적자와 동일한 97.5조원이 된다.

◇ ‘총소비↓’… 중장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로 해석돼

대체로 소비와 노동소득이 함께 늘어났던 이전과 달리 2020년엔 노동소득은 늘어났지만 소비가 줄어든 모양새다. 소비는 전년대비 1.0% 감소했고 노동소득은 전년대비 1.5% 증가해 생애주기적자는 전년대비 26.7% 감소한 97.5조원으로 집계됐다.

총소비에서 유년층의 구성비는 지난해보다 3.8% 감소해 141.8조원이 소비됐다. 노동연령층의 소비(780.8조원) 또한 전년대비 3.1% 감소했다. 반면 노년층의 소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소비는 전년대비 6.4% 증가해 159.2조원으로 나타났다.

소비를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공공소비는 전년대비 6.5% 증가한 350.1조원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5.5% 감소한 731.7조원으로 나타났다. 2010년 10.8%였던 총인구 대비 노년층 인구 비중은 2020년 15.7%로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노년층 공공‧민간소비 모두 규모가 증가했다.

2020년도는 통계청에서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한 이래 처음으로 눈에 띄게 소비가 줄어든 시기다.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는 것은 저출생 가속화로 해석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출생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유년층 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 감소로 나타난다. 이것이 지속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연령층의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1960년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5.3명이었으나 2020년에는 21.7명으로 증가했다. 노동연령층은 줄고 있는데 노년층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7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구성비가 2020년(72.1%)보다 감소한 46.4%가 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한편 국민이전계정 분석은 향후 인구 고령화‧저출생 지속에 따른 위험을 예견할 수 있는 시나리오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인구수 증감에 따라 비용 증가로 인한 재정부담 증가와 노동소득 감소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미래 예측을 통해 정책 수립에 활용된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이전계정을 근거로 정부가 인구정책을 이끌어갈 방향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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