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가 최근 ‘탄소중립 윤활유’를 출시하고 적극 홍보에 나선 가운데, 허위·과장 광고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SK루브리컨츠가 최근 ‘탄소중립 윤활유’를 출시하고 적극 홍보에 나선 가운데, 허위·과장 광고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환경문제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자리매김하면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중립을 강조한 한 제품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이 SK루브리컨츠가 최근 ‘탄소중립 윤활유’를 선보인 것에 대해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이 그린워싱 논란으로 관계당국의 판단을 받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 탄소배출권 구매로 탄소중립 달성? 석연치 않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SK루브리컨츠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는 한편, 광고를 중단시키는 임시중지명령도 요청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이들이 지적하는 SK루브리컨츠의 허위·과장 광고는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7일 ‘탄소중립 윤활유’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생산, 수송, 소비, 폐기 등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한 3종의 프리미엄 저점도 엔진오일을 10월부터 선보인다는 것이다.

SK루브리컨츠는 해당 발표에서 ‘탄소중립 윤활유’를 거듭 강조하며 “현재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한 배출량 상쇄”라고 규정했다.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기술도 없는 데다 연료와 원료를 단시간에 자연유래 원료나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제품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산정한 후, 조림사업 등 온실가스 흡수 및 감축 프로젝트에서 발행된 같은 양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했다”며 해당 제품들이 왜 ‘탄소중립 윤활유’인지 설명했다.

특히 SK루브리컨츠는 “우선적으로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자발적 탄소배출권 인증기관 베라(Verra)가 인증한 자연 기반의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고 강조하며 “이 탄소배출권은 우루과이 과나레 재조림 프로젝트(VCS-959)에서 확보한 것으로, 과나레 지역의 목초지를 숲으로 다시 조성하는 재조림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총 780만톤의 온실가스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되고,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역 일자리 제공, 토양 개선 등의 활동도 함께 수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탄소중립 윤활유를 사용하면서 연료비 절감뿐 아니라 탄소 감축활동에도 동참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 윤활유’ 사용이 ‘착한소비’라는 점도 강조했다.

SK루브리컨츠는 이 같은 내용을 제품 홈페이지에도 상세히 게재해 놓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제품 홈페이지를 통해 탄소중립 윤활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SK ZIC 홈페이지 캡쳐
SK루브리컨츠는 제품 홈페이지를 통해 탄소중립 윤활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SK ZIC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기후솔루션과 소비자시민모임 측은 SK루브리컨츠의 이러한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먼저,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상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배출·방출 또는 누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 온실가스 흡수의 양을 상쇄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석유제품 사용으로 방출된 탄소를 상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물리적인 방식으로 탄소를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SK루브리컨츠가 탄소배출권을 구매한 조림사업은 나무의 수명과 프로젝트의 존속기간에 한정돼 일시적으로만 탄소가 격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 제도 자체의 신뢰성에도 물음표를 붙였다. 두 단체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시장은 규제 탄소시장과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나뉘며, SK루브리컨츠와 베라의 탄소배출권 거래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은 현재 통일된 방법론과 감독 규정이 없어 객관적인 탄소 감축 기여 여부를 확인하고 검증하기 어렵다”면서 “또한 베라 인증의 공신력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주요 항공사를 대상으로 탄소중립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탄소배출권의 감축량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있었고, 벨리즈 산림 프로젝트에서는 실제로 탄소감축 활동이 종료된 시점에도 데이터베이스 내에선 탄소감축을 진행하고 있었음이 적발됐다. 인도네시아 산림 보존 프로젝트에서는 실제 탄소 흡수량보다 3배 많은 탄소배출권을 발행한 적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다. SK루브리컨츠가 실제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감축량을 명시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두 단체는 “SK루브리컨츠는 베라 탄소배출권을 통해 흡수되는 온실가스가 780만 톤이라고만 밝혔고, 실제 구입한 탄소배출권의 수치나 실질적인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여기서 명시된 780만 톤이라는 수치도 과나레 조림 프로젝트를 통해 감축·제거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의미하고, 이 중 SK루브리컨츠가 구입한 탄소배출권은 115톤으로 전체 프로젝트 감축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기후솔루션의 하지현 변호사는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높은 인식에 따라 탄소중립상품을 출시하는 만큼 공정위도 적극 나서 감독을 하고 각 기업에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이번 신고를 특히 배출권을 이용한 석유제품 그린워싱에 문제의식을 제고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똑같은 석유제품이면서 ‘탄소중립’으로 라벨갈이를 하는 그린워싱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진짜 탄소중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업은 정확하게 탄소 배출 정보를 표기해야 하고 소비자들이 기만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당국의 감독과 법규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SK루브리컨츠 측은 “베라는 전 세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 중이고 영향력이 있다”며 “SK루브리컨츠는 베라 인증 탄소배출권 중에서도 고품질의 신뢰성 높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사용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SK루브리컨츠는 향후 제품 생산·사용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계속 확보해 넷제로 전략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해 사용하는 제품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여 관계당국의 판단을 받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린워싱’ 문제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떤 판단 및 조치가 내려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SK루브리컨츠, ‘탄소중립 윤활유’ 출시… 국내 브랜드 최초 발표자료
2022.9.7. SK루브리컨츠
탄소중립 윤활유제품 소개페이지
2022.10.28. 현재 SK루브리컨츠
배출권 사서 탄소중립? 그린워싱 논란으로 공정위 앞에 선 ‘탄소중립 윤활유’ 발표자료
2022.10.27.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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