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택시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심야시간대 호출료가 인상되고, 50여년 가까이 유지돼온 ‘개인택시 부제’가 해제된다. 내년 2월에는 서울 지역 택시 기본요금도 인상된다. 이에 호응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말부터 요일별로 조를 나눠 심야운행조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난달 초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대책은 크게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심야택시 공급확대 △택시 운영형태 개선 및 새로운 모빌리티 확대 △심야 대중교통 공급 확대를 통한 불편 최소화 △수요-공급 대응형 심야택시 서비스 다각화 등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이 중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당장 적용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비롯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심야호출료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수요-공급 대응형 심야택시 서비스 다각화’다. 아울러 두 번째 항목 중 ‘택시 운영형태 개선’은 사실상 규제개혁의 성격을 띠고 있고, 세 번째 항목인 ‘심야 대중교통 공급 확대를 통한 불편 최소화’는 이용객들의 불편과 혼란을 완화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적 조치다.

즉,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택시 관련 규제개혁과 호출료 등 요금인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조치들이 가장 많이 언급되며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우선, 이번 택시대란의 원인부터 따져보자. 택시산업 전반에 드리운 문제들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택시대란은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택시 수요가 얼어붙었다. 반면, 같은 시기 배송·배달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자연스레 택시업계를 떠나는 종사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택시 수요가 다시 늘어나자 공급이 모자라는 현상이 빚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핵심 대책은 당장 택시 공급 확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요금인상 등으로 인해 택시 수요가 다소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과연 수요와 공급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변동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 나아가 택시산업 전반의 발전에 부합하느냐다.

택시 관련 규제 해소와 요금인상을 통한 해결만 추구한다면, 수요와 공급이 어느 순간 역전돼 언제든 다시 불균형을 맞을 수 있다. 그때 가서 다시 규제를 강화하고 요금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번에 단행된 택시 관련 규제 해소가 택시산업 전반의 성장과 확대를 도모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변화에 발맞춘 택시산업의 재정립과 근본적인 혁신이다. 자동차 보급이나 대중교통 인프라가 지금보다 부족했던 시절 택시는 무척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였다. 다만,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고, 더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택시가 필요 없어졌다는 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기술의 변화엔 택시산업의 새로운 발전과 확대를 도모할 요소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선 이러한 방안이나 고민을 찾기 어렵다.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과거 타다·우버모델을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Type1)을 활성화해 나간다” “기존 버스처럼 획일적인 노선·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수요가 있는 곳을 실시간으로 찾아가는 도시형 심야DRT 시범도입(규제샌드박스)을 적극 추진한다” 정도의 내용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포함됐을 뿐이다.

그동안 우리 택시산업이 변화하지 못하고 정체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이해관계의 대립이 워낙 첨예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무언가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을 철저히 막아 세웠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한 이들이 근본적인 변화와 재도약을 이끈 것도 아니다. 물론 긍정적인 역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수료와 중개료의 등장 및 확대는 택시산업에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정부 역시 일련의 과정에서 한발 늦은 대책을 내놓는데 급급했다.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밥그릇 지키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밥그릇을 키우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택시산업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모빌리티 업계는 수수료와 중개료에 기대는 구시대적 사업구조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를 적극 창출해나가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사후대책을 내놓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택시산업이 건강한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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