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청춘, 첫사랑, 그리고 추억. 쓸쓸한 가을, 풋풋한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두 편의 청춘 로맨스 영화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와 대만영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감독 두정철)다.  

풋풋한 설렘을 선사할 청춘 로맨스 ‘20세기 소녀’. /넷플릭스
풋풋한 설렘을 선사할 청춘 로맨스 ‘20세기 소녀’. /넷플릭스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20세기 소녀’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 17세 소녀 보라(김유정 분)가 절친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다.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휩쓸며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방우리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20세기 소녀’는 공개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2위를 차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대만‧브라질‧멕시코 등 총 33개국의 TOP 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 첫사랑 향한 다양한 시선 ‘UP’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했던 20세기 말 감성과 친구의 짝사랑을 관찰하다 첫사랑에 빠져버린 소녀의 풋풋하고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담은 ‘20세기 소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특히 그동안 수많은 첫사랑 영화들이 남주인공의 시각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20세기 소녀’는 여주인공인 보라의 시선으로 시작해 남주인공 운호의 시점까지 균형적으로 담아내 보다 폭넓은 공감과 설렘을 선사한다. 보라가 바라보는 첫사랑 운호, 운호의 시선에서 보는 보라는 아프고 아름답다. 

설레는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변우석(왼쪽)과 김유정. /넷플릭스
설레는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변우석(왼쪽)과 김유정. /넷플릭스

김유정‧변우석의 설레는 ‘케미스트리’는 ‘20세기 소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먼저 보라로 분한 김유정은 사랑스러운 매력은 물론, 10대 소녀의 우정과 사랑, 다양한 감정을 폭넓게 소화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운호를 연기한 변우석은 비주얼만으로도 새로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흠잡을 데 없다. 보라를 바라보는 운호, 변우석의 눈빛은 영화의 가장 큰 ‘심쿵’ 포인트다.

▼ 클리셰 가득 ‘DOWN’

스토리 전개는 새롭지 않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가 이어지고, ‘설마’ 했던 결말도 ‘역시’가 된다. 청춘 로맨스 하면 흔히 떠오르는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 점도 아쉽다. 평범한 여주인공과 그를 좋아하는 학교의 ‘킹카’ 남주인공들의 삼각관계,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우정, 쌓이고 쌓이다 헤어지기 직전에야 풀려버리는 오해들 등 숱하게 봐온 요소가 가득하다. 새로움보다 익숙한 매력이 더 큰 작품이다. 러닝타임 119분, 넷플릭스 스트리밍 중. 

대만 청춘 로맨스의 계보를 이을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팝엔터테인먼트
대만 청춘 로맨스의 계보를 이을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팝엔터테인먼트

◇ 귀엽다, 귀여워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는 1년 동안 친구 앞으로 조공된 아침을 먹고 사랑에 빠져버린 ‘먹요정’ 웨이신(이목 분)과 ‘댕댕이’ 조공 소년 요우췐(에릭 추 분)의 첫사랑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월 대만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흥행에 성공했다. ‘나의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장난스런 키스’ 등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대만 첫사랑 로맨스의 흥행 계보를 이을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 실화 로맨스 ‘UP’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는 실화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2015년 대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D card’에 ‘난 1년 동안 그 소년의 아침을 먹었다’는 제목으로 한 여대생이 올린 실제 러브스토리를 영화화했다. 해당 이야기는 2016년 소설로 각색돼 여러 언어로 번역 및 출판되며 사랑을 받았고, 실제 주인공이 2018년 결혼에 골인해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화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다소 유치한 스토리 전개와 설정에도 어느새 미소가 새어 나오고, 두 주인공의 오그라드는 로맨스도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현실이 스포일러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말이지만, 제법 설렘을 유발한다.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한 에릭 추(앞)와 이목. /팝엔터테인먼트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한 에릭 추(앞)와 이목. /팝엔터테인먼트

10대 소녀 웨이신의 성장담을 담은 것도 좋다. 특히 15년 뒤 미래의 ‘나’와 마주하며 용기를 내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의 성장이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현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15년 뒤 웨이신의 모습도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웨이신으로 분한 이목과 요우췐 역의 에릭 추 역시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하며 관객을 매료한다. 

▼ 유치함을 견딜 수 없다면 ‘DOWN’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예상대로 유치하고 전형적이다. 오그라드는 장면과 대사도 많다. 다소 늘어지는 전개 탓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에릭 추의 등장 타이밍도 늦다. 중반까지 참을성이 필요하다. 러닝타임 119분,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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