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 CGV
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CJ CG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완전한 실패다. 원작이 지닌 매력을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했을 뿐더러, 영화 자체만 놓고 봐도 그 어떤 매력을 느낄 수 없다. 22년 전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던 원작에 대한 그리움만 키운 영화 ‘동감’(감독 서은영)이다. 

“씨큐 씨큐… 제 목소리 들리세요?” 

1999년 용(여진구 분)은 첫눈에 반하게 된 한솔(김혜윤 분)을 사로잡기 위해 친구에게 HAM 무전기를 빌린다. 2022년 무늬(조이현 분)는 인터뷰 과제를 위해 오래된 HAM 무전기를 작동시킨다. 개기월식이 일어난 어느 날 밤, 용과 무늬는 시간을 뛰어넘어 기적처럼 연결되고,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며 특별한 감정을 쌓아간다.

‘동감’은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다. 영화 ‘고백’(2020)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배급지원상을 수상한 서은영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여진구‧조이현‧김혜윤‧나인우‧배인혁 등이 출연했다. 

완전한 리메이크 실패 ‘동감’. 사진은 여진구(위)와 조이현. /CJ CGV
완전한 리메이크 실패 ‘동감’. 사진은 여진구(위)와 조이현. /CJ CGV

‘동감’은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타임 슬립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애틋한 감성로맨스를 담아내며 호평을 얻었던 원작은 지금까지도 한국 영화 최고의 판타지 멜로로 손꼽히는 수작이다. 

22년 만에 재탄생한 ‘동감’은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의 개성을 새롭게 탈바꿈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다. 원작 고유의 강점도, 리메이크작만의 색다른 매력도, 그 어떤 것도 담아내지 못했다. 이럴 거면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매력을 잃어버린 캐릭터다. 특히 주인공 용이 그렇다. 극 초반 순수하고 바른, 믿음직한 ‘선배’이자 ‘친구’였던 그는 자신의 첫사랑의 결말을 알고 난 후부터 완전히 다른 결의 인물이 돼버린다.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한솔의 친구였다면 당장 헤어지라고 했을 정도로 용은 한순간에 ‘이상한 X’이 된다. 마지막 용의 선택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희생’과 ‘사랑’으로 포장했지만,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회피형 성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작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지녔지만 스토리 구성도 헐겁다. 그중에서도 용과 무늬가 서로 다른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너무 쉽게 풀어내 설득력을 잃는다. 1999년과 2022년을 살고 있는 청춘들을 향한 메시지도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한다. 

 매력을 잃은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동감’.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윤‧여진구‧배인혁‧나인우‧조이현. /CJ CGV
 매력을 잃은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동감’.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혜윤‧여진구‧배인혁‧나인우‧조이현. /CJ CGV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 역시 터지지 않는다. 서툴지만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줘야 하는 용과 한솔, 특별한 감정을 쌓아가야 하는 용과 무늬, 친구와 우정 사이를 오가며 설렘을 유발해야 하는 무늬와 영지 등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대변하는 여러 관계가 등장하지만, 일차원적으로 그려져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연기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여진구‧조이현‧김혜윤‧나인우‧배인혁 등 배우들의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다. 

OST 활용도 아쉽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90년대 중‧후반 명곡들의 리메이크 곡으로 이뤄졌는데, 장면과 감정선에 맞지 않은 몇몇 선곡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김광진의 ‘편지’가 흘러나올 때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대중에게 이미 예능적으로 많이 소비된 곡을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감정신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메가폰의 의도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될지 모르겠다. 

연출을 맡은 서은영 감독은 전작 ‘고백’으로 세밀한 스토리텔링과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동감’에서는 그의 장기가 전혀 발휘되지 않은 것 같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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