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으로 또 한 번 진가를 입증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으로 또 한 번 진가를 입증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스튜디오 드래곤이 기획하고 제작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은 한 통의 전화와 함께 동료를 죽인 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 김택록(이성민 분)이 정체불명의 협박범 ‘친구’를 잡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쫓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 ‘38 사기동대’ ‘나빌레라’ 등을 통해 액션부터 드라마‧스릴‧휴머니즘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흡입력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한동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연기파 배우 이성민이 주인공으로 나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지난 10월 26일 디즈니+에서 소개된 한국 콘텐츠 중 처음으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돼 주목받은 ‘형사록’은 강렬한 스토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열연 등을 앞세운 탄탄한 완성도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지난 4일~5일 기준 디즈니+ 국내 인기 1위 콘텐츠에 오르기도 했다. 

그 중심엔 주인공 김택록을 연기한 베테랑 배우 이성민이 있다. 이성민은 정년을 코앞에 두고 의문의 살인 용의자로 전락한 형사 김택록 그 자체로 분해 묵직하게 극을 이끌었다. 예리하고 노련한 베테랑 형사다운 면모부터 내면에 아픔을 간직한 쓸쓸하고 외로운, ‘늙은’ 형사의 모습까지 탁월하게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또 한 번 입증한 그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이성민은 쏟아지는 호평에 “감독이 의도한 대로 시청자가 봐준 것 같아 다행”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작든 크든 제 몫을 해낸 동료 배우들 덕”이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성민이 ‘형사록’ 호평 소감을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성민이 ‘형사록’ 호평 소감을 전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기분이 어떤가. 
“작품이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의도한 대로 시청자들이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다. 범인을 같이 추리해나가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지점이 잘 진행된 것 같다. ‘형사록’이 가진 가장 큰 특징적인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대본을 읽고 어땠나. 
“좋았다. 너무 재밌었다. 작가가 정말 재밌는 대본을 썼다. 거짓말 안하고 1회 대본을 보고 바로 2편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고, 또 3편을 바로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청자들과 거의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생각했다. 작가뿐 아니라, 감독, 제작사의 많은 준비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준비 과정도 궁금하다. 김택록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처음 제목이 ‘늙은 형사’였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리멤버’를 하면서 할아버지 역할을 하긴 했지만, ‘늙은’이라는 표현이 좋았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가 든 것만이 아니라 여러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게 뭔지 궁금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사연이 있었고, 젊은 형사들과 다른 어떤 특징 있는지 생각했다. 어떻게 묻어나고 표현되는 게 맞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늙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외모라든가 옷이라든가 좀 다르게 준비하려고 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그러다 후반 제목이 ‘형사록’으로 바뀌면서 부담도 많이 줄었다.”

-택록의 외형은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김택록은 어느 시점에 머물러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그것이 공황장애까지 안겨준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 뭔가 올드해 보인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그 당시에서 정체된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택록의 모습이 더 두드러질 수 있게 의상을 택했다. 그리고 실제 머릿결이 부드러운 편인데 택록은 빳빳한 직모였으면 했다. 그의 기질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외모로 봤을 때 단단한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작진, 분장팀과 상의해서 머리를 만들었다. 생각한 것에서 60% 정도는 표현이 된 것 같다.”

-회의 과정에서 배우에 맞게 각색된 부분도 있나.
“우선 작업 방식 자체를 나한테 맞춰준 부분이 있다. 특히 초반 자동차 신을 찍을 때 외부 신을 다 촬영해서 나한테 넘겨주고 나는 그걸 보고 차 안에서 촬영을 했다. 추월을 한다든가 코너를 돈다든가 정확히 계산을 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 막연히 연기하는 게 아니라서 좋은 방식이었다. 또 신을 추가하거나 뺀 것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드라마의 가장 큰 방향은 범인을 쫓아가는 것인데, 사건의 본질과 다르게 흘러가는 서정적인 부분들을 과감하게 편집했더라.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고 사건을 쫓아갈 수 있게 편집해놓은 게 현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감독뿐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찾아가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어떤 장면도 허투루 놓치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택록 그 자체로 분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택록 그 자체로 분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택록이 ‘친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추리해가는 과정이 쫄깃했다. 배우는 결말을 다 알고 연기했어야 했다.
“맞다. 전화를 많이 받았다. 감독도 친구가 누구냐고 그렇게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 하하. 처음부터 보안에 부쳤다. 대본 나왔을 때도 스태프들도 잘 모르고 시작했다. 나도 대본을 읽으면서 서형사를 의심했다가 진구를 의심했다가 멘붕이 왔다가 했다. 시청자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다. 감독이 캐스팅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배우 자체가 가진 에너지, 기운이 있는 배우를 써야 그 캐릭터를 의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이 헷갈릴 수 있게, 그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잘 만든 것 같다. 나도 대본을 읽으면서 마음이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난다.” 

-유독 뛰는 장면이 많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덕분에 건강해졌다. 간수치가 정상이 됐다. 하하. 진짜 많이 뛰었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았다. 몇 시간씩 쉬지 않고 뛰는 건 아니니까. 같이 뛴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햄스트링도 올라오고 무릎도 아팠다고 하더라. 나도 관절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이)학주가 산을 뛰는데 젊어서 그런지 엄청 잘 뛰더라. 저렇게 뛰다가는 곧 지칠 것 같았는데, 반나절 뛰니까 점점 속도가 줄더라.(웃음)”

-내레이션도 많았다.
“현장에서 해달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말자고 했다. 스태프들이 편집할 때 필요하다고 했는데, 잠시 읽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컸기 때문에 많은 저항을 했다. 현장에서 하는 것은 또 달라질 수 있다. 후반에 편집 영상을 보면서 내레이션을 했다. 감독님이 배려해 주신 거다. 촬영 중간중간 스튜디오에 가서 2회씩 녹음했다.”

베테랑 형사의 면모부터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까지 폭넓게 소화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베테랑 형사의 면모부터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까지 폭넓게 소화한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동화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첫인상부터 정말 좋았다. 대본을 읽고 첫 미팅 때 만났는데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겠구나, 의지가 느껴졌다. 촬영 전에도 계속 만나서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1부부터 전체를 다 한 장씩 넘겨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했다. 감독님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걸 알았고, 현장에서도 배려가 대단했다. 지금까지 만난 드라마 감독들과 다르게 많이 열려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디렉션과 오케이가 완벽하게 신뢰할 만하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감독을 완벽하게 믿고 촬영했다.”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아까도 말했지만 한동화 감독이 캐스팅에 진짜 신경을 많이 썼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역할이 많은데 어떤 역할도 그 몫을 충분히 해내는 배우들을 붙여줘서 정말 감사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난 김태훈(우현석 역)도 좋았다. 평소에도 좋게 봤는데, 같이 연기한 것 자체가 좋았다. 천사장을 연기한 윤제문도 더할 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 감독이 너무 공을 들인 배우다. 그분들의 연기에 대해 가타부타 할 것도 없다. 워낙 잘하는 분들이라 참여해 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진구(국진한 역)도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다. 초반에 많이 부딪혀야 하는데 택록이 혼자 다녀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

양기태 역할로 나온 김재범과도 너무 즐겁게 신나게 했다. 경수진(이성아 역)과 이학주(손경찬 역)는 이 작품을 통해 친해진 후배 동료들이다. 너무너무 열심히 해줬다. 경수진은 몸을 정말 잘 쓰더라. 액션을 하는데 힘이 있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앞으로 액션 좀 하라고 했더니, 멜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하. 너무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사실 여자형사를 연기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경수진이 그 부분에 대한 한계를 잘 풀어나갔던 것 같다. (이)학주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너무 잘 해줬다. 처음부터 자기를 용의자로 두고 가더라. 물건이더라. 모든 캐릭터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흘리는 게 이 작품의 의도였는데, 너무너무 잘 해줬다.”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오고 있는데, 그 인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간미’다.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 작품에 끌리는 편인가.
“그런 역할들의 제안이 많이 온다. 생긴 대로 먹고산다고, 배우에게는 어떤 피할 수 없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그 한계를 넘어가는 게 멋진 배우일 텐데 나는 그 정도는 못한 것 같다. 내가 가진 모습과 그런 캐릭터가 비슷하게 보이고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 해온 캐릭터들이 그런 역할이 많다 보니 비슷한 역할들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변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잘 안된다.”

-쉼 없이 연이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작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할 것 같은데.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하진 않는데, 가끔 몰려서 나오게 되면 사람들이 오해한다. 동시에 선보이게 되는 시점이 오면 대략 난감하다. 일을 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은 복이고, 기회다. 하다 보면 작품이 잘될 수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내가 작품을 하는 게 단순히 나에게 와서 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고 싶고 작품이 좋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나 미련은 없다. 하기 싫은 캐릭터를 한 적은 없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늙은 형사’라는 제목 속 ‘늙은’이라는 표현이 좋았다고 했다. 배우로서 늙어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많은 사람들이 ‘소모된다’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는 원래 그냥 그렇게 사는 거다. 로버트 드 니로도 어마어마하게 작품을 많이 했다. 그런 배우들을 보면 젊을 때는 젊은 역할,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역할, 노인 때는 노인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해나간다. 그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평생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을 남긴다면 그것도 의미 있겠지만, 내가 꿈꾸고 하고 싶은 멋진 연기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필요로 한다면 특별출연, 우정출연도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쓸모가 있다면 하는 게 맞고, 그 어떤 것도 허투루 하지 말자는 게 내 신념이다. 물론 캐릭터에 대해서는 변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이미지를 이용한 캐릭터의 무한 반복은 하지 말자는 게 배우로서 나의 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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