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이 많은 젊은이들과 무주택자들, 그리고 성인 자녀가 있는 유주택자들의 비판과 불만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다주택자와 투자자, 투기꾼, 건설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올바로 가고 있는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9월 28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를 내세우며 18인 PIR지수(연소득을 몇 년간 모아야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지 수치로 나타낸 것. PIR지수 10은 10년 치 연소득을 모아야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10~12정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35~45%의 집값하락을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은 (적정)가격을 발견하는 자기정화기능이 있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까지 했다.

이에 해당 일간지는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국토부 장관의 ‘집값 계산’… 서울 40% 더 내려야 한다‘로 내보냈고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 원희룡 장관의 PIR 10~12라는 수치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6월의 주택가격 수준이었기에 대다수 국민들은 내심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원희룡 장관이 부동산 시장 및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내심 박수를 보냈다. “이 사람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토부 장관이구나!”라고 판단했고,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만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펼칠 장관의 소신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갑자기 투기성 ‘영끌세대’를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국토부 장관이 집값폭락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하면서 언론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에서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해당 발언 내용의 취소 또는 축소를 정당화하는 행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세력들이 국토부 장관의 소신을 뒤집으려고 할까. 의아했다. “정부는 그런 말을 한적 없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원희룡 장관마저도 “부동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발언 중 나온 것”이라는 둥 애써 본심을 감추려고 하는 모습에서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특히 국토부 장관과 정부 당국자들의 입장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었다.

어이없는 해프닝을 뒤로 하고 9월 26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과 얼마 전 발표한 11.10 부동산 대책을 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정부는 겉으로는 주택공급확대, 주택시장안정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건설사 지원, 금융기관 수익모델제공, 다주택자 및 일반인의 투자가 아닌 투기 환경 조성을 하고 있다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먼저 건설사업자의 PF 보증 지원확대 대책을 보면 중소형 PF 부실현장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돼있다. 물론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금융시장 경색이 우량현장의 우발적 PF 채무를 증가시킨 가운데 이러한 현장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가경제의 안정적 유지를 도모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부실한 중소형 PF 현장까지 지원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도 맞지 않고, 정상적 시장회귀를 통한 시장균형점 도달(부실현장 정리로 인한 토지가격과 분양가격 인하효과)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게 된다. 이럴 경우 버블이 꺼지지 않고 시장수요자와의 괴리가 장기간 이어져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거품이 끼어 있는 고분양가 부실현장에 국민세금이 투입돼 일부 건설업자의 수익을 보존한다는 것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정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정책인 것이다.

이러한 대책과 함께 향후 공공택지의 민간건설사 분양분에 대해 사전청약 의무제도를 없애면서 6만 호의 사전청약 공급시기가 3년 뒤인 2025년으로 지연됐다. 2023년 분양하기로 예정돼있던 2만4,000호의 공공분양 물량도 1만1,000호로 축소하는 등 마치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공급축소 행태를 따라하고 있다.

또한 관보 게재가 완료된 11월 14일 0시부터 서울과 성남·과천·광명·하남을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해제시킴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부터 시행돼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며 집값급등을 야기한 악성적 정책인 임대사업자 제도를 12월 중 부활시키겠다고 한다.

여기에 생애최초 무주택자에게는 LTV 80%, 향후 50만 호 공공분양주택에 대해서는 40년 모기지를 시행하면서 DSR까지 배제할 계획이다. 심각한 가계부채상황을 걱정하는 정부가 이렇게 까지 빚을 권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올바른 국가정책 방향인가?

과연 이 정부는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국민의 정부가 될 수 있을까? 주택가격 하락의 경착륙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분 뒤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다주택자와 건설사들, 그리고 금융기관의 이익을 위해 부동산 정책 시나리오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는가?

건설현장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가격을 낮춰 분양하면 된다. 낮아진 분양가격이 어느 정도 적정가격이라고 판단되면 시장수요자들, 특히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떠밀지 않아도 참여할 것이다. 이게 시장주의자들이 그동안 주장하던 자유시장경제의 대원칙이 아닌가? 

국민과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펼치기보다는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정부가 과연 국민을 위한, 국민 주거복지를 위한 정부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벼룩의 간만한 양심은 있는지 서울과 성남·과천·광명·하남에 대해서는 규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아마 이마저도 충분한 가격조정이 있기 전에 조만간 그럴듯한 명분하에 규제를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월 26일 청년과 서민의 내집마련을 내세우며 공공분양 50만 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모두 2027년까지 공급계획이다. 내년 공급계획만 수도권 5만2,000호라고 명시했을 뿐 이후 명확한 공급로드맵이 없다.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270만 호 공급계획발표 당시 대부분의 공급물량이 2025년 이후라는 점은 정말 문제가 많다. 의지만 있다면 당장 내년에 10만 호도 공급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이 정부의 향후 공급계획이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만일 공급물량을 조정하면서 국민을 우롱한다면 역사에 두고두고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것은 미국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금리가 인상되니까 당분간 집을 사지마라”는 말이 우리 부동산정책 방향과 무주택서민을 위한 발언이라는 사실이다. 파월 의장의 저 표현이 대한민국 부동산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이제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시즌2가 펼쳐질 것 같다. 그나마 미국의 금리인상이 대한민국의 버블을 더 키우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10년 뒤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이 과도한 주택가격이 유지되기 힘들다. 또 다시 청년과 무주택자들에게 주택가격이 불안하다고 느끼게 하는 정책이 과연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정치적 시나리오와 기득권을 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말고, 부디 공정과 상식, 자유(자유시장경제)를 내세우는 현 정부의 신념을 바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 시나리오에 입각해 부동산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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