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약한영웅 Class 1’으로 인생작을 완성했다. /웨이브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약한영웅 Class 1’으로 인생작을 완성했다. /웨이브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의 연기 인생은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아역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 내공이 ‘약한영웅’을 만나 제대로 폭발해 버렸다. 값진 결실, 기특한 성장이다. 

2006년 드라마 ‘주몽’에서 아역배우로 데뷔한 박지훈은 2017년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아이돌 가수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윙크남’이라는 별명과 함께 ‘내 마음속에 저장’이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고, 최종 2위를 차지하며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솔로로 음악 활동은 물론,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2019), ‘연애혁명’(2020),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인생작’을 만났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이다.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분), 범석(홍경 분)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유수민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한준희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한 ‘약한영웅’은 지난 10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지난 18일 공개 직후 단숨에 올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극 중 박지훈은 주인공 연시은을 연기했다. 연시은은 타고난 두뇌와 도구를 이용해 전략적이고 독창적인 싸움의 기술을 발전시켜 학교 안팎의 폭력을 제압해가는 인물이다.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던 자발적 아웃사이더였지만 이를 계기로 수호, 범석과 얽히며 공부보다 중요한 존재가 생기는 변화를 맞이한다. 

박지훈은 연시은 그 자체로 분해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다. 강도 높은 액션부터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감정 연기까지 완벽 소화하며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과시, 호평을 얻고 있다. 그동안 그에게 보지 못했던 거친 얼굴도 발견할 수 있다. 박지훈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박지훈. /웨이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박지훈. /웨이브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박지훈은 “영혼을 갈아 넣었다”면서 ‘약한영웅’과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며 앞으로 더 다채롭게 채워질 필모그래피를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반응이 뜨겁다. 실감 하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서 감사하다. 반응들이 색다르다고 해야 할까, 재밌기도 하다. 처음 받아보는 극찬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박지훈이 아니라 연시은이 보인다고 글을 써주셨더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뿌듯하다. 정말 피와 땀, 눈물, 영혼을 갈아 넣었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성장하는 데 있어 첫 계단이 잘 돼준 것 같아 좋다.” 

-배우를 향한 호평도 뜨겁다. 스스로도 성장을 느끼나. 
“활동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좋은 분들을 만나니까 사람 박지훈으로서도 많이 성장하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이번 ‘약한영웅’에서는 접근 방식을 배웠다. (홍)경이 형을 보고 많이 배웠다. 연기를 정석으로 한다고 표현해야 할까, 신에 대해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집중을 너무 잘하는 배우라 그런 면모를 보고 많이 배웠다. (최)현욱은 대사 하나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은 친구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 그런 걸 보면서 배우로서 정말 많이 배웠다.”

-역할을 제안받고 어땠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부당한 폭력, 나쁜 친구들에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고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도 인상 깊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왜소한 친구가 어떻게 저 친구들을 이긴다는 거지 궁금했다. 그 호기심 때문에 현장에 가고 싶었던 것도 있다. 시은 캐릭터가 강렬했다. 누구든 이겨버리는 원작의 설정에 더해 시은의 약한 모습이 더해지면서 더 리얼리즘에 가까워지고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박지훈이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웨이브​
박지훈이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웨이브​

-웹툰도 봤나. 원작과 차별화를 두고자 한 점이 있다면.  
“웹툰을 다 보진 못했다. 작품을 알고는 있었는데, 웹툰을 즐겨 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약한영웅’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캐릭터 구축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책으로 봤다. 사실 웹툰에서 시은은 너무 사기적인 캐릭터잖나. 못된 사람들을 너무 쉽게 이겨버린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그렇게 되면 리얼리즘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각색 과정에서 싸움에 있어서 부족함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추가했다. 원작보다는 조금 더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 혹은 겪은 일 등 리얼리즘을 많이 담은 작품인 것 같다.”

-시은의 감정 변화를 담아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숙제처럼 내준 것 같은데, 그냥 표현하고 싶은 대로 다 하되, 보는 분들이 이해가 되게 해야 했다. 남들이 말로 할 때 시은은 눈으로 이야기를 하잖나. 그걸 보는 분들이 이해를 못하면 무의미해지는 거다. 그래서 연구를 정말 많이 했다. 일차원적인 해결 방법은 상황에 대한 몰입, 집중이었다. 내가 가진 무기가 눈이라고 생각하는데, 눈으로 이야기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눈빛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 선배님을 보면서 눈빛을 많이 연구했다. 싸움, 액션신 같은 경우는 ‘아저씨’ 원빈 선배님의 눈빛을 참고했다. 싸울 때 냉철한 분위기가 더 무섭잖나. 칼과 총을 들고 싸우는데 무표정이면 되게 무섭더라. 시은에게도 그런 면모가 있지 않을까, 시은이 가질 수 있는 무서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느낌, 아우라를 배웠다.”

-표정을 짓는 방법도 무대와는 또 달라 신선했을 것 같다. 
“무대에서 표정을 많이 짓는 직업이다 보니 오히려 배우로서도 그게 더 편했다. 뭐든 다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사실 했다. 어떤 표정을 짓든 나 스스로 어색하게 느껴진 표정도 없었다. 무대에서의 경험이 배우로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연시은 그 자체로 분한 박지훈. /웨이브​
연시은 그 자체로 분한 박지훈. /웨이브​

-스스로 발견한 새로운 표정, 얼굴이 있었나. 
“8화에서 범석이를 때리지 못하고 일그러진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분노와 억울함, 처절함, 슬픔 등 많은 감정을 얼굴로 다 표현해야 했다. 내가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눈으로 이야기하자는 생각으로 애초부터 임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고, 힘을 얻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얼굴이 그렇게 일그러진 줄 몰랐는데, 완성된 장면을 보니 표현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한테도 저런 얼굴이 있었구나 느낀 장면이었다.”

-범석을 때리지 못한 시은의 심정은 어떻게 공감했나.  
“사실 처음 대본은 때리는 거였다. ‘때리고 돌아서서 간다’는 설정이었는데, 감독님도 그렇고 안 때리면 어떨까 싶은 의견이 나왔고 나도 공감했다. 보는 분들은 고구마를 먹은 듯 찝찝함이 남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연결해서 보면 마음이 아프고 절실하고 보는 분들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표정, 눈빛이 더 중요했다. 시은의 모든 감정이 느껴질 수 있게.”

-비주얼 구축 과정도 궁금하다. 연시은의 외형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액션 스쿨에 일찍부터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체중 감량도 되고 근육도 많이 빠졌다. 5kg 정도. 또 예쁜 이미지보다는 시은이의 푸석푸석한 감정을 외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입술도 거의 바르지 않았고 입에 침을 발라가면서 일부러 트게 만들기도 했다. 걸음걸이나 앉아있는 체형도 신경을 썼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어깨가 굽으면 어떨까 싶더라. 그래서 앉아있을 때나 걸어 다닐 때 어깨를 왜소하게 만들기도 했고 시선처리도 땅바닥을 보면서 걷고 그랬다. 당당하게 걷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왼쪽부터) 홍경과 최현욱, 박지훈. /웨이브​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왼쪽부터) 홍경과 최현욱, 박지훈. /웨이브​

-시은이 유리창을 깨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시은의 복합적인 감정이 잘 드러났는데, 감독이 어떤 디렉션을 줬고 배우는 어떤 해석을 했나.   
“감독님이 저한테 맡기셨다. 나도 그 장면을 계속 되새기면서 어떻게 대사를 내뱉고 어떻게 소리를 질러야 할까, 어떻게 부셔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갖기도 했다. 이상하게 촬영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 막상 촬영은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단 하나 기억나는 것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는 거다. 그 정도로 열심히 찍었다. 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날은 집에 가자마자 기절했다. 체력적인 부분, 감정적인 소모가 정말 컸다. 이런 것도 하나 배워가는구나 생각했다.”

-최현욱, 홍경과의 호흡은 어땠나.  
“늦게 친해졌다. 1화부터 천천히 빌드업 해서 올라가니까 오히려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이 실제로 작품에 묻어나서 좋더라. 찍으면서 친해졌다. 회 차를 거듭할수록 친해지는 모습이 담기고 실제로도 더 친해지니까 좋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서로가 없으면 허전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호흡도 되게 잘 맞았다. 특히 노래방 장면에서 범석과 수호가 서로 너무 에너지를 주고받아서 현장 분위기가 되게 뜨거웠다. 그걸 보면서 많이 배웠다. 호흡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회 차를 거듭할수록 끈끈해지고 호흡도 더 잘 맞아갔다.”

앞으로 더 다채롭게 채워나갈 박지훈. /웨이브​
앞으로 더 다채롭게 채워나갈 박지훈. /웨이브​

-‘약한영웅’은 앞으로 배우 박지훈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귀여운 이미지가 너무 강했잖나. 이번 작품을 통해 비단 귀여운 이미지만 가진 친구는 아니구나, 이런 이미지도 소화할 수 있구나 하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 귀여운 이미지가 싫다기보다는 나도 다른 이미지를 소화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었다. 변화하고 싶었던 이유도 컸다. ‘약한영웅’을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색다른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눈빛이 있는 친구, 이런 이미지도 소화할 수 있는 친구라는 걸 인정받고 싶다.”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약한영웅’을 찍으면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생겼다. 길수다. 뼛속까지 악역인 캐릭터. 사람의 팔을 그렇게 쉽게 부러뜨리고 사람을 때리는 것 자체가 악당이잖나. 그런 악역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역부터 시작해서 ‘프로듀스 101’ 시즌2, 터닝포인트가 된 ‘약한영웅’까지 차근차근 걸어오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앞으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돌아보면 되게 신기하다. 정말 감사하다. 배우와 가수 활동을 같이 한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는 거잖나.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은 쉬고 싶은 생각도 든다. 팬들이 ‘말랑카우’라고 부른다. 말랑한데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어렸을 때 연기를 시작했다가 아이돌로 전향하고 활동을 이어오면서 난 언제 쉬었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꿈을 좇아 헤맨 것 같다. 목표를 정해놓고 움직이는 성격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 잘 쉬고 또 앞으로 그렇게 계속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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