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코리안리는 28일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를 공시했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코리안리는 28일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를 공시했습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코리안리는 지난 28일 ‘주요사항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이날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무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를 공시한 건데요. 1주당 0.2주의 신주를 배정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무상증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요?

우선, ‘증자’란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금은 쉽게 말해 회사의 근간이 되는 ‘종잣돈’이라 할 수 있는데요. 주주들이 자금을 투자해 설립되는 주식회사는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 정한 주식액면가와 총발행주식수를 곱한 것이 바로 자본금이 됩니다.

이러한 자본금은 자본거래의 결과인 자본잉여금, 손익활동의 결과인 이익잉여금 등과 함께 자본을 이루게 되고요, 자본은 다시 부채와 함께 기업의 자산을 형성하게 됩니다.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받고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제공하는 방식의 유상증자와 이러한 외부자금 확보 없이 새로운 주식만 발행하는 무상증자가 있죠.

유상증자의 경우 자본금이 늘어남과 동시에 통상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게 됩니다. 액면가가 100원인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가 500원짜리 주식을 10주 발행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이때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게 되는 자금은 5,000원인데요. 이 중 1,000원은 자본금으로, 나머지 4,000원은 잉여금에 속하는 주식초과발행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4,000원을 부채상환이나 운영자금 등 유상증자를 한 목적에 사용하는 겁니다.

무상증자도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고, 그에 따라 자본금이 늘어나는 것은 유상증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자본금의 원천이 있어야 할 텐데요. 유상증자가 외부의 자금을 원천으로 한다면, 무상증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이를 충당합니다. 이때 무상증자의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것은 자본잉여금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준비금과 이익잉여금을 기반으로 하는 이익준비금입니다. 

즉, 자본거래나 손익활동을 통해 회사에 쌓인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전환시키면서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무상증자입니다. 따라서 유상증자와 달리 자본에는 변동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본에 속하는 항목 사이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코리안리의 무상증자는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주식시장에서는 통상 유상증자는 악재로, 무상증자는 호재로 보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고, 무상증자는 회사 내에 쌓인 자금을 주주들에게 안겨주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는 반드시 맞는 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악화로 인한 유상증자라면 악재가 맞지만 미래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일 경우 호재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유상증자는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데요. 만약 위기를 겪고 있던 회사가 안정적인 다른 회사로 매각되는 과정에서의 유상증자라면 호재로 여겨질 겁니다.

이러한 점은 코리안리가 무상증자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연결됩니다. 코리안리는 지난 2월 1만1,1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달 말 7,150원까지 떨어진 바 있습니다. 약 10월 사이에 고점 대비 35.5% 하락한 겁니다. 무상증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죠.

코리안리는 앞서도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잇따라 자사주 취득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자사주 취득 역시 주가 부양 방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무상증자를 무조건적인 호재로 신봉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무상증자가 주주환원의 일환이자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맞지만, 무상증자로 인해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상증자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죠.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업황이 좋지 전망도 밝지 않은 회사가 이전에 쌓아둔 잉여금으로 무상증자를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주식시장의 평가가 회사의 현재 사업과 향후 전망에 더 무게를 둘 경우 주가 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거나 미미할 수 있고, 나타나더라도 ‘반짝’에 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식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은 최근엔 무상증자를 더욱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시장 전반이 어렵다보니, 무상증자 효과가 지나칠 정도로 크게 작용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세 거품이 꺼지는 결과로 이어져 투자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극단적인 예’로 든 것은 코리안리와 무관합니다. 코리안리는 이번 무상증자 결정 공시 직전 삼성생명과의 공동재보험 체결 소식도 전했습니다. 이는 사업영역 확대와 수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죠.

즉, 코리안리는 사업적인 측면과 주주환원 측면의 호재가 동시에 발생하게 됐는데요. 일단 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리안리 주가는 29일 전일 대비 2.8% 오른 8,330원에 장을 마감했고, 장중한때 8%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코리안리 ‘주요사항보고서’ 공시
2022. 11. 2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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