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10일 세 번째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6.21 대책, 8.16 대책에 이은 세 번째 대책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방향이 전반적으로 ‘서민 코스프레’ 정책인 듯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박근혜 부동산정책 시즌2’라는 생각과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최근 정부의 정책방향을 볼 때, 과연 새로운 정부가 향후 부동산정책을 어떻게 펼쳐 나갈지 정확하게 파악해봐야겠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진정 국민을 위한 부동산정책을 펼쳐나갈지 진정성과 선명성을 다시 거슬러 가보자.

‘부동산 정상화’를 공약으로 ‘공정과 상식’을 정부 정책이념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정부였다. 6.21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라 내심 기대를 했었던 국민들 대부분은 잠시 혼동스러웠지만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특히 무주택자들은 첫 대책에서 인면수심의 악취마저 풍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다주택자 투기꾼들, 갭투자자들은 박수를 쳤겠지만 말이다.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의 제하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였다. 이 당시 시장은 서울 25개 구 중 22개 구의 전세가격이 연초부터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책을 발표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브리핑에서 “매매의 경우 서울·수도권 등 주요지역 주간 가격 상승률이 보합·완화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세도 시장에서 임차인보다 임대인이 더 많은 ‘임차인 우위 현상’이 이어지며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시장상황을 분석·정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국지적으로 가을철 계절수요와 임차인 부담을 들먹이며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황당한 명분을 내세우더니 ‘상생임대인’이란 제도를 도입했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역전세가 예견돼 아무런 대책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시장상황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견돼있던 터라 정부당국자들 스스로 발표한 내용대로 임차인 우위시장이 펼쳐지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듯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임대보증금을 5% 이내로 인상할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기 위한 필수요건인 2년 거주요건을 없애버린 것은 갭투자자들과 다주택자들에겐 정말 축복에 가까운 대책이다. 심지어 9억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던 것마저 무장해제해 버렸다. 1세대 1주택자에게만 적용하던 조항을 다주택자에게도 무한정 풀어버렸다. 다주택자는 한마디로 투기로 인한 시세차익을 국가이 보호아래 보장받게 된 것이다.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을 제공한 갭투기 다주택투기꾼들에게 세금 한 푼 안 받겠다는 이상한 정부가 된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정책이 정말 파렴치한 정책행위임이 드러나고 있다. 본인들이 확언한대로 전세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심지어 역전세가 벌어지고 있는 시장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국세와 국가재정이 어쩌고저쩌고 부채가 많다면서 재정준칙을 떠들어 대던 기재부 당국자들이 할 짓인가? 국가부채를 갚으려면 정상적인 세금은 당연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세하고 단 한 푼이라도 거둬들여야 할 기재부의 이런 후안무치한 시행령 정치질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이를 방조한 국토교통부는 물론이다. 직무유기나 국가세수입 배임행위에 해당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나마 벼룩의 간만한 양심은 있었는지 투기지역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요건은 풀지 않았다. 

양도세 비과세감면 50% 정도만 했어도 임차시장안정을 위한 정부당국의 선의라고 억지로 이해라도 하겠지만 작금의 행태는 철저하게 의도된 기득권들을 위한 정책행위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내가 잘못 이해한 건가? 언론도 정치권도 이에 대해 같은 생각을 표현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감사원에 언론사와 정치인들 그리고 기재부 직원 주택소유현황을 감사해달라고 청원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은 나의 비현실적인 오지랖일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어진 대책들 중 불합리한 1기 신도시정책은 물론이고 미국 파월장관도 “금리가 멈추고 물가가 잡히면 집을 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심각한 가계부채가 터지기를 바라는지 ‘빚내서 집사라 시즌2’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공정과 상식’의 정부는 분명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1986년 공공선택의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엠 뷰케넌은 관료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과 과정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논문에 정리했다. 아담 스미스도 그의 국부론과 도덕론에서 “기득권들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백성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제도를 바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에게 가게 되므로 정부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절대적으로 이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즉, 기득권 특히 정치인과 관료들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얘기하고 주장하지만 결국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과연 어떠한 정책과 제도의 실질적 이득이 누구한테 가게 되는지 철저히 살피고 견제해야 한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정책이 수립되고 진행돼야 진정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올바른 위상이 정립될 것이며 이는 곧 국가 구성원인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직결될 것이다.

LH 사태, 자원외교 등 현대판 탐관오리들이 판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이제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 우리 청년과 후세들을 위해 소리를 내야 할 때다.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경제정책에 대해 대중 집단지성으로 철저히 견제하고 감시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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