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8일 내정됐다. 사진은 이날 진 행장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신한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8일 내정됐다. 사진은 이날 진 행장이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내정하면서 세대교체를 꾀하게 됐다. 3연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깜짝 용퇴를 결정해 업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 차기 회장에 진옥동 행장 내정… ‘3연임 유력’ 조용병 회장, 용퇴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본사에서 회의를 열고 진옥동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추위는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로 선정한 조용병 회장, 진옥동 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이 끝난 후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심층 면접 종료 후 조용병 회장이 세대교체와 신한의 미래를 위해 용퇴하겠다는 뜻을 회추위에 밝힌 것이다. 회추위는 진 행장과 임 사장 등 두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표결을 진행, 최종 후보자를 진 행장으로 낙점했다.  

조용병 회장은 그간 3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인물이다. 우수한 경영 성과를 내온 데다 사법리스크에서도 벗어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돼왔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조 회장의 채용 비리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여기에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를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정치 외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적은 곳으로 평가돼왔다.

사진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마친 후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이날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마친 후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사진은 조 회장이 이날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그런데 조 회장이 돌연 용퇴를 선언하는 깜짝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조 회장은 세대교체와 사모펀드 사태 책임감을 용퇴 배경으로 언급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직 사퇴 배경에 대해 “(연임을) 더 해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맞느냐 아니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맞느냐 생각을 해왔다”며 “전문경영인은 차기, 차차기까지 보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훌륭한 후배들이 (후보로) 올라왔기에 이제는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봤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도 용퇴 배경으로 언급됐다. 조 회장은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사모펀드 사태 때문에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본 점”이라며 “직원들이 징계를 많이 받았고 직접 CEO의 사표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조 회장은 임기 만료 전까지 조직 운영에 대해 “진 행장과 충분히 상의해 조직이 탄탄하게 갈 수 있도록 조직개편과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현재 권한을 갖고 있어도 인사는 내정자가 해야 한다”며 “신한 문화의 관점에서 조직 개편도 하고 인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한금융발 세대교체 바람, 업계 확산되나 

이로써 6년간의 조용병 회장 체제가 막을 내리고 신한금융은 내년 진옥동 회장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1961년생인 진옥동 후보는 상고 출신 은행원으로, 은행장을 거쳐 지주 회장 후보까지 오르는 역사를 쓰게 됐다.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한 그는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 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일본 오사카지점장, SH캐피탈 사장, SBJ은행 법인장, 신한은행 부행장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신한은행 은행장에 올랐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장 재임 기간 동안 호실적을 이끌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회추위는 진옥동 후보 추천 배경에 대해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며 “아울러 지난 4년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며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성과창출 기반을 마련해 온 점,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달성하는 경영능력과 더불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며, 내외부의 역량을 축적하고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유해 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 확장과 성과창출을 보여줄 적임자”라고 후보 추천 배경을 전했다. 진 행장은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금융권은 신한금융 차기 회장 인선 결과가 향후 업계 인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기업은행은 수장 인선을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에서 시작된 세대교체 바람이 다른 기업에도 확산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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