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을 보장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달 5일부터 2인 이상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비용 게시와 중대진료 예상비용 고지가 의무화된다. 수의사 1인이 근무하는 동물병원의 경우는 내년 1월 5일부터 해당 의무가 적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반려인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을 보장하고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달 5일부터 2인 이상 동물병원에서는 진료비용 게시와 중대진료 예상비용 고지가 의무화된다. 수의사 1인이 근무하는 동물병원의 경우는 내년 1월 5일부터 해당 의무가 적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개정 수의사법에 따라 5일부터 2인 이상 동물병원에서는 진찰 등 진료비용 게시와 중대진료의 예상비용 고지가 의무화된다. 반려인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의 의미는 긍정적이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물진료에 대한 표준화 및 체계화 이후 비용 조사 및 게시를 시행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개정 수의사법, 무엇이 달라졌나

지난해 1월 4일 수의사법 일부 개정안이 공포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수의사는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는 경우 동물소유자 등에게 △진단명 △중대진료의 필요성과 방법 및 내용 △중대진료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중대진료 전후에 동물소유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고 있다.

개정 수의사법에 따라 이번 달 5일부터는 2인 이상 동물병원은 진찰 등의 진료비용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또한 고비용이 예상되는 수술 등 중대진료의 예상비용에 대해서도 반려인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를 갖는다. 수의사 1인이 근무하는 동물병원의 경우는 내년 1월 5일부터 적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는 반려인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반려인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2인 이상 동물병원은 △진찰 △입원 △엑스레이(X-ray) 검사와 전혈구 검사 및 판독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중요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 동물병원 내부 접수창구나 진료실, 동물병원 누리집 등 반려인들이 알아보기 쉬운 곳에 게시하면 된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반려동물 가구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9%(606만 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확대돼왔다. 이 과정에서 반려인들 사이에선 △동물병원별 진료비 편차 발생 △진료비 사전 안내 부족 △진료비 과다청구 우려 등과 관련한 개선 요구가 있어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병원별 진료비 편차를 완화하고 동물의료 체계화를 위해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질병명과 진료행위 절차 등에 대해 표준화해 제공할 예정이다. 2024년 1차 제공을 목표로 2021년부터 진료 항목 표준이 개발되고 있으며 지난해 10개 항목에 대해 표준화됐다. 2024년까지 다빈도 항목 100개를 개발하고 게시할 계획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전국 4,900여개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진료 항목별 진료비 △산출근거 △진료횟수 등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도 전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오는 6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농식품부는 △부가가치세 면세 △표준수가제 검토 △동물병원 진료부 열람‧제공 의무화 등에 대해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도리어 혼란 가중될 수도, ‘표준화’가 먼저”

다만 농식품부의 정책 추진계획과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서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이 있어왔다. 동물의료의 체계적 발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동물의료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진료비에 대해서 사전에 게시하고 고지하기 위해선 진료항목 표준화가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짚었다. 농식품부가 2024년을 목표로 잡아둔 표준화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상반기 진행하려는 진료항목 비용 조사의 설계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제되지 않은 정보로 오히려 소비자와 동물병원의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진료항목 표준화뿐만 아니라 정부가 게시하라고 한 진찰료‧상담료‧접종 등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다”며 “‘진찰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말한다’ ‘상담의 범위는 어떻다’ 등과 같이 용어의 정의가 먼저 돼야 정보를 게시하고 진료비를 책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려인들의 요구와 동물의료 측면에서 제도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표준화가 완료된 항목을 대상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이다. 기본체계가 갖춰진 사람의료에서도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용 공개를 위해서 10여년의 과정을 거쳤고 현재도 지속적인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병원의 진료부 제공 의무화 관련해서도 앞서 선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진료부에는 △동물의 품종 △진료일자 △병명 △주요증상 △치료방법 등이 기록돼있다. 현재 동물병원에 진료부 확인을 요구할 경우 의무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수의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서 계류 중에 있다. 이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의료사고‧분쟁 등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이에 대해 진료부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되면 불완전한 수의사 처방제로 대부분의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 없이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동물의료정보에 대한 보호 규정도 없어 정보 유출이나 악의적 활용 방지가 어려워질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앞서 추진계획을 통해 밝힌 진료분야 주요정책 이외에 동물의료 정책도 동물의료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물복지에도 힘쓸 뿐 아니라 동물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동물의료 중장기 발전방향’을 마련‧추진하겠다고도 전했다. 이에 소비자와 동물보호단체, 동물의료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차질 없이 수렴하고 동물의료 산업을 육성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반려동물 진료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
2022.09.06 농림축산식품부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
2022 정부입법지원센터
'농식품부 반려동물 진료 분야 주요정책 추진계획 관련 우리회 입장' 발표자료
2022.09.07 대한수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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