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학생연구자들의 휴가일수 보장과 근무시간 정보 공개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공립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학생연구자들의 휴가일수 보장과 근무시간 정보 공개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공립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학생연구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휴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근로기준법상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연구자들은 제대로 된 휴가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연구자의 휴가 관련 규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휴가 일수를 명시하지 않은 대학이 대부분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별로 기본 휴가일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나섰다.

◇ 권익위, 대학별 최소 휴가일수 정하도록 권고

권익위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학생연구자들의 휴가일수 보장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공립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권익위는 학생연구자 휴가 관련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행정규칙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 기준’ 제88조는 교수가 ‘학생연구자의 학업·연구개발활동 보장, 처우 개선, 인권·권익 보호 및 관리·감독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학생연구자 지원규정’을 운영하도록 규정했다.

담당 교수가 지원규정을 작성할 때는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사항들을 따른다. 과기정통부의 ‘학생연구자 지원규정 작성 기준’을 보면 ‘학생연구자 인권 및 권익보호’ 부문에서 ‘(건강과 휴식 보장) 연구책임자는 학생연구자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충분하고 적절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다만 작성기준에 구체적인 휴가 일수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학 내규도 구체적인 휴가 일수를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국·공립대 학생연구자 지원규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53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32개 대학이 ‘학생연구자 지원규정’을 제정했다. 이 32개 대학은 휴가일수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연구자들의 휴가를 보장하기 위해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19일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연구자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학생연구자 지원규정 작성 기준’에서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던 것을 ‘휴식과 연간 00일 이상의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로 개정할 것을 과기정통부에 권고했다. 또한 국·공립 대학에게도 기준과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인 휴가 일수를 ‘학생연구자 지원규정’에 명시하도록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학별로 여건이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해 휴가일수를 최소한 얼마나 부여할 건지 대학 내부에서 결정하도록 했다고 알렸다.

과기정통부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권고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작성기준에서 수정할 부분들이 보인다. 1분기 내로 수정해 배포할 예정이다. (학생연구자 인건비) 계상 기준 상향한 것도 (작성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교수 재량으로 이뤄지는 학생연구자 휴식

권익위는 지난해 9월 대학(원)생 교육·연구 관련 고충청취 간담회를 열고 총학생회장단에게 건의사항을 들은 바 있다. 권익위는 이를 근거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권익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간담회에서는 카이스트 대학원, 포스텍 대학원, 충남대 학부·대학원, 전북대 학부 총학생회장단이 참석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간담회에 대해 “연구 관련 고충을 듣는 자리였다. 특히 대학원생들의 휴식권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밖에 교수들의 갑질과 연구비 부정사용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양종삼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학생연구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 및 국공립대학들과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권익위 관계자는 “제도개선 권고 전에 과기정통부와 53개 국공립 대학의 의견을 받아 반영했다. 일부 반대하는 대학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용했다”고 답했다.

권익위 권고 조치기한은 2024년 6월까지다. 이때까지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제 대학들이 제도를 변경해야 되는 일이 남았다. 권고여서 한계가 있지만 수용한 대학들은 (학생연구자 지원규정을) 수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익위 간담회에 참여한 대학 중 포스텍은 유일한 사립대였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중에서는 포스텍만 학생연구자의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포스텍은 내부규정에 최소 휴가 일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년 휴가 일수가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포스텍의 내부규정인 ‘대학원생 휴식 및 재충전 제도 운영지침’ 제5조 3호는 ‘연구책임자로부터 부여 받은 휴식 및 재충전 일수는 입학 학기의 개강일을 기준으로 발생하며 발생일로부터 1년 후에 소멸된다‘고 규정했다. 포스텍은 학생연구자에게 연간 10일의 휴가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학에 비해 휴가 일수가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권익위는 사립대에게는 학생연구자 휴가 일수 제도 개선을 권고하지 않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립대의 경우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해 국비를 받으면 권고가 적용되도록 했다. 사립대에게 바로 권고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당수 대학에선 교수 재량으로 학생들의 휴가 일수가 정해진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 A씨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명문상 휴가를 주는 건 없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이기 때문에 굳이 안주려 한다. 내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교수 판단으로 휴가를 가게 된다. 교수가 휴가 가도 된다고 하는 분도 있고, 안 된다고 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어떤 교수, 어떤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 권익위 권고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민간과제와 정부과제 비중 질문에 A씨는 “교수님이 최대 8개 과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다. 연구실마다 다른데 정부과제만 수행하는 곳이 있고 산학과제를 주로 하는 교수가 있다. 정부과제가 많은 연구실은 권익위 권고 효과가 있고, 산학과제가 많으면 영향이 적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연구자(대학, 대학원생) 근무환경 개선방안

2023.01.03 국민권익위원회

「학생연구자 지원규정」 작성기준 배포

2021.04.0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학(원)생 교육·연구 관련 고충청취 간담회

2022.09.30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자료

포항공과대학교 규정집-대학원생 휴식 및 재충전 제도 운영지침

2021.09.06 포항공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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