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던 커피원두 가격이 하락세에 진입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던 커피원두 가격이 하락세에 진입한 가운데 올해 들어서도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었던 커피원두 수입가격이 하락세에 진입했다. 그러나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은 이에 발맞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지속적인 가격 인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 커피원두 ‘할당관세’ 연장 시행… “원가부담 낮추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커피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았던 저가 커피업체서도 하나둘씩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이다.

매머드 커피랩 본사는 지난 6일 매머드 익스프레스 가맹점주들에게 오는 10일부터 일부 음료에 대해서 가격을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매머드 익스프레스의 아메리카노 미디움 사이즈는 기존 1,400원에서 1,600원으로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매머드커피는 이날 “매장 운영 효율화 및 직간접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가격 조정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급등한 원‧부재료와 물류 등의 각종 비용이 급격히 상승해 부득이하게 음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이후로 가격을 동결해왔던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12월 음료 90종 중 57종에 대해 가격을 200~700원씩 인상했다. 또한 지난 3일에는 커피빈 코리아가 일부 음료에 대해 가격을 인상했다. 우유를 포함한 음료들이 200원씩 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커피원두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커피원두(생두) 수입가격은 kg당 6,058원으로 7,401원/kg으로 정점을 찍었던 10월 대비 18.1%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국제 원두가격 및 환율 안정화, 수입원가 부담 완화 정책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했다. 정부는 지난해 커피 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10%) 면제, 커피원두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2%→0%) 적용 등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커피협회 및 대규모 생두 수입 유통업체들도 그간 국제 원두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원가 압력 등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두가격 안정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커피원두(생두) 수입 전량에 대해 할당관세를 연장 시행한다고도 밝혔다.

국제 원두가격(선물)이 수입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올해 1분기 이후 가격 내림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예측하고 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외식업계의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조치에 따른 혜택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 “커피가격 인상에는 여러 요인 있어”

그러나 일각에서는 커피콩 외에도 커피가격 인상 요인이 여럿 있다면서 커피원두 가격 하락만으로 가격인상 압박을 해결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원두가격이 낮아졌더라도 우유 등 다른 원재료값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서 판매하는 커피제품에는 커피원두보다는 우유나 설탕 등 다른 원재료들이 많이 이용되는데 지난해 원유기본가격과 설탕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원가상승 압박이 강화되기도 했다.

낙농진흥회에선 지난해 11월 초 원유기본가격을 리터당 996원으로 올렸고 이에 따라 유업계는 흰우유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또한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 중 설탕 가격은 지난해 4월 121.5포인트로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듯하다가 11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설탕 가격은 전월대비 2.4%(114.4→117.2) 상승했다.

원재료 값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인건비 및 유통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인건비 등이 제품가격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물가상승이 발생한 가운데 커피원두 가격 하락으로만 가격인상 요인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란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잇단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도 높은 만큼 가격 절충점을 찾는 업계의 고민은 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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