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감독 형슬우)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영화특별시SMC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감독 형슬우)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영화특별시SMC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사랑보다 이별에 방점을 찍은 색다른 로맨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감독 형슬우)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개성파 배우 이동휘와 다채로운 매력의 정은채가 주인공으로 나서, 이 시대 연인들의 연애와 이별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현실 이별 보고서로, 다양한 단편을 통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실력을 인정받은 형슬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왼쪽 목에 담이 걸린 남자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태블릿을 돌려주러 갔다가 남은 감정을 확인하는 단편 영화 ‘왼쪽을 보는 남자’ 기획에서 출발했다. 

형슬우 감독은 1일 진행된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애초에 단편영화로 시작된 작품”이라며 “그래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왜 저렇게까지 말로 칼싸움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예전 연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오래된 연인 준호(이동휘 분)와 아영(정은채 분)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형슬우 감독은 친구 커플이 실제로 겪은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등 일상에서 만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해 더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구축했다. 또 아영과 재회한 준호가 목에 담이 걸려 왼쪽만 봐야 하는 독특한 설정도 감독의 고등학교 시절 경험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슬우 감독은 ‘사랑’이 아닌 ‘이별’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 “썸을 타고 사랑을 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런 과정들을 순차적으로 잘 정리된 로맨스도 물론 즐기긴 하지만, 그것 말고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초반에는 이들이 사랑했던 시절을 냉장고에 붙어있는 사진으로나마 보여줄까 했는데, 그렇게 표현한다고 해서 이들의 긴 연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없고 큰 효과를 줄 수 없을 것 같아 걷어냈다”며 “관객들이 저들은 이제 끝났다고 느끼고 나아가게끔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첫 장편 연출작으로 로맨스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액션이나 장르물도 좋아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다룬 게 인물들과의 관계였다”며 “친구 사이의 관계도 있고 SNS로 처음 만난 이들의 관계도 있고 세밀한 관계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관심이 가는데, 이것 또한 로맨스로 가는 길의 연장선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로 호흡을 맞춘 이동휘(위)와 정은채. / 영화특별시SMC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로 호흡을 맞춘 이동휘(위)와 정은채. / 영화특별시SMC

◇ ‘불량 남친’ 이동휘, ‘보살 여친’ 정은채의 신선한 만남  

이동휘와 정은채의 신선한 조합도 눈길을 끈다. 먼저 이동휘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여자친구에게 얹혀사는 불량 남친 준호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한다. 이동휘는 “연기할 때 나에게서 캐릭터를 꺼내는 편인데, 준호를 보면서도 나의 모습 같기도 하고 나의 친구 모습 같기도 했다”며 “주변에 있을 법한, 땅에 발을 딛고 있는 평범한 인물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정은채는 촉망받는 미술학도였으나 남자친구를 위해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보살 여친 아영을 맡아 꿈과 현실,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갈등하는 30대 여성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정은채는 해외 스케줄로 인해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형슬우 감독은 “저렇게 미인이 있을까 생각했던 정은채를 이동휘 옆에 붙였을 때 신선한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면서 “정은채를 일상적인 얼굴로 끌어내리는 작업을 신경 써야 했다. 직업 설정이나 디테일한 부분에 더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이동휘는 정은채와 호흡에 대해 “내가 캐스팅되는 바람에 (정은채가) 굉장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책임감과 비통한 심정을 갖고 연기 했다”고 재치 있는 농담을 전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초상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분위기와 아우라가 있는 배우”라며 “연기하면서 신선했다.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 오랜 연애 끝에 형성되는 가족 같은 안정적인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형슬우 감독은 “영화 설정이 어떤 지점에서는 과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혼탁한 지점이 혼재돼 있다”며 “이것들을 더 재밌게 더 오버스럽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에게 살짝 (톤을) 낮춰주는 방식을 이야기했다, 과장된 신을 과장하면 재미가 없어지니까, 그 지점에 중점을 뒀다”고 배우들의 담백하면서도 현실적인 연기를 예고해 기대를 더했다. 오는 2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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