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몇 년 전에는 대식가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소식가 먹방이 시선을 끌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소식(小食)과 관련된 영상이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어떤 음식이든지 한 입만 먹고 배부르다고 느끼는 소식가와 보통 체형의 대식가가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내는 차이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영상이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에 대해 ‘유해하다’고 비판했다. 소식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절식 수준인 식습관을 문제없이 그리고, 보통 체형에 대해 희화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당 영상을 만든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리고 영상을 삭제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을 위한 다이어트는 마치 인생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이런 시각은 확대됐다. 이는 연구결과로도 확인되고 있다.

마른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압력이 섭식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한국건강심리학회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이미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대중매체가 제시하는 외모에 대한 기준이 신체상에 대한 불만족을 높이고 강박적인 다이어트를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절식을 하거나 굶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가장 빠른 결과를 내는 것이 굶는 다이어트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굶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의학융합연구종합센터에 따르면 우리 몸에선 음식을 먹으면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렙틴이란 호르몬이 증가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선 렙틴의 정상적인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예 먹지 않게 되면 체내 렙틴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배고픔을 더 빨리 느끼게 된다. 사람의 뇌는 렙틴이 없다고 느끼면 에너지 소비와 신체활동을 증가시키는 교감 신경 활동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대신 미주 신경 활동을 증가시켜 식탐욕구를 가중시키고 이는 결국 폭식으로 이어진다.

최근 ‘건강’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운동뿐만 아니라 건강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유통업계서 대체육이나 아몬드 밀크 등 대체식품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헬시플레져’가 트렌드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억제하는 방식보단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방식을 택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마르고 날씬한 몸이 이상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자칫하다가 건강함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향성이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위한 ‘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필요해 보인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엄격한 식이요법과 다이어트를 추구할수록 폭식 유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보고된다. 경직된 규칙을 고집할수록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실패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폭식행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폭식 혹은 신경성 폭식은 섭식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에서 온다고 본다. 그러나 마르고 날씬한 몸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사회에선 현혹되기 쉽다. 미디어에서는 마른 몸의 소식가를 쉽게 그려내면서도 다이어트 보조 식품 등을 통해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유행과 트렌드 혹은 사회의 기준에 맞춰 과도하게 스스로를 압박하는 것은 정신과 신체 모두에 무리가 가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하는 것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비만이 됐을 경우 건강한 식사와 적절한 운동을 통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강박적인 다이어트와 지나친 소식을 통해 잃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또한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정으로 건강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나에게 맞는 적절함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미(美)의 기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고민하고 ‘나’의 몸에 맞는 식습관과 운동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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