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줄줄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 뉴시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줄줄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줄줄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 지주 계열 카드사 3사 순익 뒷걸음질

각 지주사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4개사의 지난해 연결 합산 순이익은 1조4,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조5,451억원) 대비 8.3% 감소한 수준이다. 

우리카드를 제외하고 신한‧국민카드‧하나카드 3곳의 순이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우선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6,414억원으로 전년(6,750억원) 대비 5.0% 감소했다. 신한금융 측은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신용카드매출, 대출상품, 리스 등의 영업실적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조달 비용 상승 및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영향 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한카드의 신용판매부문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182조3,554억을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였다. 할부금융·리스 사업부문의 이용금액은 7조4,39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KB국민카드 순이익은 전년(4,189억원) 대비 9.6%에 감소한 3,786억원에 그쳤다. KB국민카드 역시 소비회복에 따른 카드이용금액이 증가했지만 가맹점수수료 인하 영향 및 조달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실적이 뒷걸음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카드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순이익이 1,920억원으로 전년(2,505억원) 대비 23.4% 감소했다. 하나금융 측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의 증가, 가맹점수수료 재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지주 계열 4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다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우리카드의 순이익이 2,044억원으로 전년(2,007억원) 대비 1.8% 가량 늘었다. 

카드업계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카드업계의 조달비용은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서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 조달비용 상승에 실적 털썩… 올해 업황도 가시밭길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여전채 금리는 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여전채 금리(AA+ 등급·3년 만기 기준)는 지난해 11월엔 6%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엔 4%대로 수준으로 내려간 상황이지만 여전히 과거 저금리 시절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 기반 약화, 카드론 규제 강화 등도 카드업계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올해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올해도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수심이 깊은 분위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과 대손 충당금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문제는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금리 인상이 거의 고점에 왔다고 평가되지만 금리를 당장 대폭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고 볼 때 조달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경기 및 소비 전망이 밝지 못한 점도 카드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국면 속에서도 소비는 위축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로 카드이용금액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카드업계의 올해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3년도 카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신용카드사의 실적은 2022년 대비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2021년 사이 실적 개선을 이끌어 왔던 주요 요인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조달비용 감축, 부실자산 희석 및 민간소비 확대가 모두 반전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통화정책 긴축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며 전반적인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그 결과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되며 대손비용이 상승할 것이다. 또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 확대로 소비여력이 축소될 수 있고 카드채 발행금리 상승에 따라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고민은 깊을 전망이다. 업황 난조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업의 수익성 개선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 개척,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경영실적 발표
2023. 02. 08 신한금융그룹
2022년 경영실적 발표
2023. 02. 07 KB금융그룹
2022년 경영실적 발표
2023. 02. 09 하나금융그룹
2022년 경영실적 발표
2023. 02. 08 우리금융그룹
2023 산업전망 - 신용카드 -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의 이중고에 따른 실적 저하 전망
2022. 12. 7 나이스신용평가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