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 감독당국이 지주·은행 이사회간 소통 정례화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관치 통로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당국은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돌연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소통 해외사례’라는 보도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은행지주·은행 이사회간 소통 정례화 방안과 관련해 해외사례에 대한 언론 추가 문의가 많아 이러한 자료를 내게 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관치 논란’에 대한 해명 자료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지주 및 은행 이사회의 기능 제고를 위해 감독당국과 이사회 간 소통을 정례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놓고 관치 채널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던 바 있다. 

금감원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정례적 소통은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사항”이라며 국제기준과 해외감독당국 사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금감원은 “미국 은행 감독당국인 OCC,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 등은 이사회 면담 절차를 검사프로세스나 업무계획 등에 명시하고 최소 연 1회 이상 등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도 국제기준을 반영해 코로나19 이전까지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의 교류를 확대하는 추세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금감원 담당 임원 주재로 은행 이사회 의장 등과 면담을 실시한 바 있고 면담 시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결과, 상시감시를 통해 발견된 주요 경영 현안 등을 논의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별로 이사회 면담 일정을 수립하고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할 방침이다. 당국은 정례 소통과 별도로 전체 은행 및 은행 지주 대상의 이사회 의장 간담회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면담 등을 통해 최근 금융시장 현안 및 금감원 검사·상시감시 결과 등을 공유하고 애로 및 건의사항도 청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은행 이사회의 균형감 있는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은행 이사회 기능을 제고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은행지주나 은행의 이사회는 경영전략과 내부조직 및 지배구조, 리스크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기능을 하고 있다. 당국은 이사회와 정례적인 면담을 통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해명에도 업계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겁주기식 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이러한 걱정이 나오는 까닭엔 당국이 그간 소통 방식에 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왔다. 금리 산정을 시작으로 영업구조 개선, CEO 인선 절차까지 은행권의 경영 관련된 이슈에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를 놓고 관치 논란이 일었지만 당국은 취약계층 보호,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근엔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며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의 이자장사와 돈잔치 행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의 영업행태에 대해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 우월적 지위 이용 행태가 적절한지 강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당국은 은행권의 영업·제도·관행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출범시켰다. 이처럼 당국 주도로 은행권에 대한 구조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국과 이사회 면담 정례화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게 해석되고 있다. 이사회를 압박하는 채널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

이사회는 독립성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다. 은행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민간 금융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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