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민식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민식이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과도한 처벌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던 ‘민식이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운전자들이 겪는 불이익보다 강력한 처벌 규정을 통해 얻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 헌재 “운전자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

헌재는 지난 23일,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5조의13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대1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당시 9살이던 김민식 군이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것을 계기로 발의됐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또는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2019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부터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도입 과정에서는 물론, 시행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서기까지 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운전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자 악용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급기야 ‘민식이법’ 시행 직후인 2020년 3월과 6월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헌재는 우선 ‘민식이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운전자에게 자세하게 규율된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의 개정 연혁과 개정 취지, 그리고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보행자에 관한 구역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근거조항을 두게 된 경위와 연혁을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운전자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의 유형과 형태, 횡단보도 및 신호기 설치 여부, 주요 표지 및 어린이의 존부 등을 살핌으로써 해당 보호구역에서 운전자에게 부여되는 안전운전의무의 구체적 의미 내용이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 해석·적용기관에 의한 자의적 법 집행 여지를 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선 “우리나라는 보행 중 사망자의 비율 및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등 아직도 후진적인 차량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어린이의 통행이 빈번한 초등학교 인근 등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과해 위반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 및 정도와 어린이가 입은 피해의 정도가 다양해 불법성 및 비난가능성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관의 양형으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며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운행방식을 제한받는 데 따른 불이익보다, 주의의무를 위반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해 어린이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이은애 재판관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의 교통사고가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도로 횡단 등으로 인해 운전자의 경미한 과실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등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반행위의 유형이 있고 그 경중의 폭이 넓은 점 △과실범인 운전자에 대한 지나친 형벌 강화가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운이 없어 처벌받게 됐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점 △비형벌적인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형벌의 강화에만 의존해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가 숨지거나 중상을 입는 일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헌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 및 갈등은 한결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 위헌확인
2023. 2. 23. 한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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