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로 불붙은 불씨가 경영권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으로 이어지며 불길이 치솟고 있다 당장은 누그러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치열한 대립과 갈등, 법적분쟁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바탕 전쟁을 벌이고 있는 주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전장이 된 SM엔터테인먼트는 한류와 K-POP의 원조라 할 수 있고, 여기에 BTS를 키워낸 하이브와 ‘IT 공룡’ 카카오 그리고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대표주자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참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내부가 갈라져 제각기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전개 또한 상당히 빠르다. 연일 공방이 이어지고, 대응과 맞대응이 계속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다.

가히 진흙탕 싸움이라 할만하다. 저마다 상대를 ‘악’과 ‘불법’으로 규정하며 뒤엉켜있다 보니 제3자인 일반 주주 또는 국민 입장에선 좀처럼 사리분별이 쉽지 않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이러한 판국 속에서도 진흙탕에 묻혀선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에 해당하며, ‘SM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인수를 둘러싼 경쟁만으로는 진흙탕 싸움이 될 이유가 없다. 탄탄한 입지와 위상을 자랑하던 SM엔터테인먼트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키운 장본인이자, 본인이었던 곧 SM엔터테인먼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서 찾을 수 있다.

수많은 세계적 스타들을 키워낸 그의 안목과 감각,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를 성장시킨 그의 사업수완 등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딴따라’라며 천대받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군으로 키워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그의 업적은 더욱 위대하다.

하지만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그에 따른 대가로 돈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설립한 개인회사와 SM엔터테인먼트가 맺은 프로듀싱 용역 계약을 통해 금전적 대가를 취한 것이다. 

오너경영인이 경영활동, 즉 일을 한 대가로 돈을 버는 가장 일반적이고 정상적이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회사의 임원으로서 급여를 받는 것, 그리고 자신이 보유한 지분에 따른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에 제공한 프로듀싱 역시 엄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정식 임원으로 재직하며 급여를 받지 않았다. 2010년 3월을 끝으로 임원에서 물러난 그다. 최대주주로서 배당금을 받지도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창사 이래 첫 배당을 실시했다.

개인회사를 통해 일의 대가를 얻은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방식은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무엇보다 해당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나 산정 기준 및 절차 등이 외부에 철저히 공개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오랜 세월 이러한 방식으로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는 사이 시대는 달라졌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각종 불법·탈법 행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고, ‘정도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신유행을 선도하면서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엔 둔감했다. 그렇게 시대흐름에 뒤처진 SM엔터테인먼트는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돼왔고, 결국 파국적인 상황을 맞게 된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폭로와 문제제기, 해명과 비전 제시도 무척 중요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누가 품에 안게 될지 또한 초미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그런데 그에 앞서 우리는 ‘SM 사태’를 통해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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