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조건부 협의’ 의견을 확정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약 545만7,000㎡에 약 6조6,674억원을 들여 활주로 1개를 갖춘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 뉴시스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조건부 협의’ 의견을 확정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약 545만7,000㎡에 약 6조6,674억원을 들여 활주로 1개를 갖춘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주도 제2공항 사업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후 최종적으로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국토부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지 8년만이다.

제주 제2공항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사업이 지연됐다. 최근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의견이 나온 후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주 제2공항 반대 의견을 제기되고 있다. 사업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난개발 등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주민(도민) 투표’를 거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제주 제2공항 재추진 환경부 ‘조건부 동의’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이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해 문제를 해소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마련하는 단계다.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과정에는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 제공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방지 대책과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항공소음 대책 △법정 보호생물 현황조사 및 보호 대책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국토부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 약 5.5㎢(약 545만7,000㎡) 부지를 활용, 3.2㎞ 길이의 활주로 1개 규모로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저어새 등 멸종위기종 다수가 인근에서 발견돼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호 및 조류로 인한 항공기 사고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새떼가 항공기와 추돌하거나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번에 ‘다양한 이착륙 방향을 설정한 소음 예측 자료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도 평가 과정에 소음 문제와 관련해 주민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항공기 소음이 인근 해역의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에 미칠 영향 조사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국토부는 “조건부 협의 내용을 반영한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조만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사업 계획을 고시하게 된다. 그 다음 대규모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방안을 마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는 제주도와 협의해야 하고, 제주도의회 동의도 필요하다.

국토부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를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지난해 실시된 한국갤럽의 ‘제주 제2공항 건설’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47%로 찬성 44.1%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고려할 사안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도내 시민단체·정당 등으로 구성된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에서는 “도민 결정 없는 제2공항 추진은 있을 수 없다”며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범도민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는 중앙행정기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할 때 실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의 수장인 원희룡 장관이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제주지사에게 실시를 요구할 수 있어 실질적인 결정권은 원 장관이 쥐고 있는 셈이다.

원 장관은 앞서 제주도시자 시절인 8∼9년 전부터 제주 제2공항 건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사실상 주민투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편은 줄어들고 항공권 가격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 계류 중인 항공기. / 뉴시스
제주공항은 이미 대부분 시간대의 슬롯이 포화상태로, 상당히 혼잡한 상황이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 계류 중인 항공기. / 뉴시스

◇ 제주공항, 대부분 시간대 슬롯 포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존재하는 상황에도 정부가 해당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원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2014∼2021년)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2015년 11월에는 국토부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 장관과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현재 제주국제공항의 혼잡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은 대부분 시간대의 슬롯이 포화상태다. 슬롯이란 공항에서 항공기가 시간당 이착륙 할 수 있는 횟수를 의미한다. 한국공항공사 측에 따르면 현재 제주공항 슬롯은 1시간에 최대 34회며, 대부분 시간대에서 9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제주공항은 오전 6∼7시, 오후 10∼11시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서는 슬롯이 거의 포화상태에 가까워서 항공사들이 슬롯을 추가로 신청하는 경우 원하는 시간대 배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외항사(해외 항공사)들의 운항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중국이나 일본 등 외항사가 다시 제주로 취항을 하게 되면 활주로를 비롯한 공항의 혼잡도는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롯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공항 혼잡도가 더 심해질 수 있어서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제주공항의 출도착 항공편은 총 1만3,260편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 시 하루 평균 427대, 1시간당 약 27∼28대 정도가 이착륙하는 셈이다. 제주공항 슬롯이 시간당 최대 34회인 것을 감안하면 80% 이상인 상황이다. 새벽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 운항 횟수가 적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공항공사 측의 설명대로 대부분 시간대 슬롯이 포화상태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현재 외항사 운항이 중단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만 운항을 하는 상태에서 이 정도 수준의 혼잡도를 보이는 것이다. 향후 외항사들의 제주공항 복항이 이어지면 슬롯 및 공항 혼잡도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전 제주공항은 월간 최대 1만5,0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했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 평균 약 490대 수준으로, 제주공항 슬롯이 최대 34회인데 1시간에 31편이 운항하는 꼴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윈드시어 현상이 자주 일어나 이착륙이 까다로운 공항으로 알려지며 항공기 지연이 잦다.

원 장관은 지난 2018년 11월 제주지사 시절 제주공항 혼잡도에 대해 “전 세계에서 이런 공항이 없다”며 “지금의 공항은 안전문제를 지속적으로 끌어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결국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환경부 <제주 제2공항 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 발표자료
2023. 03. 06 환경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제주공항 운항편 통계자료
2023. 03. 08 항공정보포털시스템(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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