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3월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 AP·뉴시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3월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3월 통화정책 결정 회의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초만 해도 연준이 긴축 고삐를 다시 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엔 시장 전망이 다시 급반전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정책 운용에 부담이 커진데다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도 나타나고 있어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고 있다. 

◇ SVB 파산 사태 후폭풍… 연준, 운신의 폭 좁아지나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단행을 통해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펼쳐오다 작년 말부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새해 첫 FOMC 회의에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았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이다. 이번 FOMC을 앞두고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진 분위기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준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다시 드러내면서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의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적 발언을 내놨고 시장에선 빅스텝 가능성이 부상했다.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만약 전체 경제지표가 더 빠른 긴축을 정당화하면 우리는 금리 인상폭을 높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은 힘을 잃은 모양새다. 우선 지난 10일(현지시각) 터진 SVB 파산 사태가 연준의 긴축 정책 운용에 부담을 키웠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규모 16위 은행인 SVB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 투자 손실액이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가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사태를 맞으면서 파산했다. 이번 사태로 미국 금융시스템 위기론까지 부상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들썩였다. 

이후 미국 당국이 ‘예금 전액 보호 조치’ 등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어느 정도 진정 수순을 밟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연준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시장 일각에서 SVB 파산 배경에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긴축 강도를 높이는 데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2월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인 점도 연준의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었다. 미국 노동부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에너지 물가가 진정세를 보인 것이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동월 대비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은 후 7월부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전년 동월 대비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7월 (8.5%), 8월(8.3%), 9월(8.2%), 10월(7.7%), 11월(7.1%), 12월(6.5%), 1월(6.4%)까지 둔화세를 이어갔다. 2월 CPI 상승률은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2월 근원 물가지수는 상승 압력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통화당국의 고민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지난 1월(0.4%)보다 확대됐다. 

◇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속 근원물가 상승폭 확대 

근원물가는 통화당국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다. 일각에선 근원 중심으로 여전히 더딘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헤드라인물가는 상품부문의 디스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물가 둔화세에 힘입어 완연한 둔화 흐름이 관찰된 반면 근원물가는 여전히 상승 모멘텀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거비가 높은 수준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의 견조한 고용 및 소비와 연관성이 높은 슈퍼코어 서비스물가(핵심 서비스물가-주거비)는 항공료 상승 등의 영향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전진이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거비 상승세는 임대료 하락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수개월내 상승세가 둔화되겠지만 양호한 경기와 낮은 실업률 등에 영향을 받는 슈퍼코어 서비스물가 둔화는 다소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의 매파적 행보가 다소 제한되더라도 물가중심의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2월 물가가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게 나왔고, SVB 파산에 따른 파급효과에 시장과 정책당국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다소 제한될 공산이 크다”면서도 “2월 근원물가와 연준이 중요시하는 슈퍼코어 핵심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SVB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다면 물가 중심의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회의에선 베이비스텝 정도로 숨 고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물가는 연준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며 “임금 상승세 둔화와 더불어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 상승압력도 약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물가 둔화폭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의 하방 경직성, 하반기에는 상품물가의 기저효과 약화가 물가 둔화를 제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선물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금리 인하 전망(CME FedWatch: 6월 금리 인하 시작, 올해 75bp 인하)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6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추세다. 다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 수준까지 달성하기 위해선 갈 길이 먼 상황이다. SVB 사태로 시장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연준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물가’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2월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2023. 03. 14 미국 노동부
뭣이 중헌디, 물가 vs 금융안정
2023. 03. 15 한국투자증권
 2월 미국 소비자물가: 한숨 돌린 연준
2023. 03. 15 한화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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