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사진은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 AP·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사진은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 AP·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퍼센트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금리 인상폭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강하게 경계한 만큼 긴축 종료 시점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기준금리 5% 시대 열렸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4.75~5.00%로 결정했다. 이로써 미국의 정책 금리는 상단 기준 5% 시대를 열게 됐다. 이러한 기준 금리 수준은 2007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의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며 “일자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낮게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2%대로 낮춘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부터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해 5월 빅스텝(기준금리를 0.5%p 인상)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 연준은 그해 6월부터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다. 작년 말부터는 금리 인상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으나 긴축 기조는 유지됐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은 시장의 예상치를 부합하는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선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봤다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 후엔 베이비스텝으로 선회했다. 이번 사태로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진 만큼 연준이 강한 긴축정책을 펴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자산규모 16위 은행인 SVB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채권 투자 손실액이 커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가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사태를 맞으면서 파산했다. 이후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된 데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미국 중소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연쇄 뱅크런 우려가 확산됐다. 미국 당국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보호 조치 등 대응에 나섰던 바 있다. 

◇ 한미 금리차 1.5%p… 한은 금리인상 압력 높아지나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며 금융 불안을 잠재우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연방준비제도의 3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5%p까지 벌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의 3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5%p까지 벌어졌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진 않았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시선을 보였다. 연준 파월 의장은 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연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의 또 한 차례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5%p까지 벌어졌다.

국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긴축정책을 펼쳐 기준금리를 3.50%까지 올렸다. 한은은 연준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나 연준이 인상폭을 가파르게 조정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한미 간 금리는 2000년 10월(격차 1.50%p)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고개를 들 전망이다. 

연준은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정책금리 전망을 5.00~5.25%(중간값 예상치 5.1%)로 제시했다. 최소한 한 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차 확대를 마냥 지켜볼 수 없는 한은의 입장에선 고민이 깊을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연속 이어진 인상 랠리를 멈춘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와 향후 물가 경로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미국이 긴축 의지를 꺽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2023. 03. 22 미국 연방준비제도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2023. 03. 22 미국 연방준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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