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3일 2023년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 15개소와 제품 19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앞으로 쌀 수급균형과 식량주권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3일 2023년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 15개소와 제품 19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앞으로 쌀 수급균형과 식량주권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매년 쌀 과잉공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가루쌀을 활용하기 위한 식품 당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를 선정하면서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쌀’ 과잉공급인데 ‘식량자급률’은 50%도 못 미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76만4,000톤이다. 쌀 가격 하락세와 타작물 재배 지원 등으로 벼 재배면적 72만7,054ha로 전년대비 0.7% 감소하면서 쌀 생산량도 전년도 388만2,000톤 대비 3.0%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또한 지속 감소 추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67.2kg 수준이었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7kg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30년 전인 1992년 소비량(112.9kg)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로 인해 매년 쌀 과잉공급으로 인한 쌀값 폭락 문제가 반복돼왔다.

이런 가운데 가루쌀은 쌀 수급균형과 식량안보 강화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그간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이에 국내 쌀가공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1,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7조3,00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쌀의 가공적성 한계 △높은 가공 비용 등 제약 요인으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특히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전체 45.8% 수준으로 밀은 0.8%의 자급률을, 쌀은 구조적 공급과잉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분질미를 활용한 가루쌀 20만톤으로 2027년까지 쌀은 수급 균형을 맞추고 밀은 자급률을 7.9%로 늘리겠다는 게 관련 당국의 목표다.

◇ ‘가루쌀’이 주목받는 이유

분질미는 일반 쌀에 비해 가공하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현재 국내서는 ‘수원542’와 ‘바로미2’ 등이 분질미 품종으로 개발됐다. 즉석밥류를 제외하고 쌀 가공식품을 제조하려면 쌀을 가루로 만들 필요가 있다.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쌀은 낟알의 단단함 정도가 높아 물에 불린 후 쌀알을 분쇄하는 습식제분 방식을 통해 활용돼왔다.

반면 현재 가루쌀로 활용하고자 하는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있어 쌀을 그대로 제분하는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제분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분 손상은 적어 일반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즉 밥을 짓는 데 사용되는 일반 쌀에 비해서 분질미를 활용한 가루쌀은 일반 밀처럼 라면‧빵‧과자류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면서도 재배방식은 유사하다. 이로 인해 식량주권과 쌀 수급균형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가루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한 농식품부는 지난 1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 ‘2023년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총 77개 식품업체가 108개 제품의 개발을 신청한 가운데 지원사업을 수행할 식품업체 15개소와 제품 19개소가 선정됐다고 지난 23일 농식품부는 밝혔다.

제품개발은 △면류 4종 △빵류 5종 △과자류 7종 △기타 3종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제품개발 사업에 선정된 식품업체는 연내 시제품개발과 소비자평가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서유럽‧북미‧호주 등에는 밀가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이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밀가루 등 일부 곡물에 함유된 단백질 종류인 ‘글루텐’이 알러지를 유발하는 가운데 ‘쌀’은 글루텐을 형성하지 않는다.

이에 농식품부는 글루텐프리 등 쌀 가공식품에 특화된 식품인증제도를 홍보하고, 쌀을 기능성 식품 원료로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지난해에 밝힌 바 있다. 글루텐프리 세계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78억6,000달러 수준이며 2022년부터 연평균 8.1% 성장이 전망되는 시장으로 이를 통해 쌀 가공식품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게 관련 당국의 계획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23일 “가루쌀은 밥쌀의 구조적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품 원료로써 식품산업 성장을 견인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며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은 식품업계의 가루쌀 원료 활용 확산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하수경 외(2022), 분질배유를 지녀 건식제분 쌀가루 제조에 유리한 조생종, ‘바로미2’
2022. 12. 한국육종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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