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SH‧GH, 7년간 서울‧경기 지역 임대주택 매입비용에 18조원 지출
임대주택 매입 비용이 공공주택 건설 비용 보다 많아… 아파트의 경우 약 2억원 차이

경실련이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등 공기업이 임대주택 매입시 건설원가 수준에서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실련
경실련이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등 공기업이 임대주택 매입시 건설원가 수준에서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실련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SH(서울주택도시공사)‧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주택‧토지 공기업 3곳이 최근 7년 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매입한 임대주택 가격이 공공주택을 직접 건설할 때 보다 더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8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2016~2022년 LH·SH·GH의 매입임대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LH‧SH‧GH 등 공기업 3곳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임대주택은 4만4,680호, 매입 가격은 10조6,486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LH가 비공개한 2021‧2022년 자료는 빠진 채 집계된 자료다. 

경실련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공개된 LH의 전국 매입임대주택 현황 자료를 기반으로 2021‧2022년 LH가 매입한 임대주택 비용이 각각 3조원, 4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작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LH가 전국에서 매입한 임대주택금액은 2016년 8,934억원에서 2022년 10조204억원으로 무려 11배 증가했다. 2021년 LH가 전국에서 사들인 임대주택가격은 6조7,847억원(1만6,000호)이었고 2022년에는 10조204억원(물량 미표기)을 들여 매입했다. 전년대비 가격 상승률은 2021년 73%, 2022년 48%다.

따라서 경실련은 LH의 추산치까지 더할 경우 공기업 3곳이 지난 7년 동안 매입임대주택 비용에 약 18조원을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경실련은 임대주택을 사들이는 비용과 공공주택을 직접 건설하는 비용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판단하기 위해 SH가 공개한 건설원가와 LH‧SH의 임대주택 매입금액을 비교했다. 

건설원가는 2020년 분양한 고덕강일 4단지를 기준으로 했으며, LH‧SH 매입임대 주택은 2020년 매입된 주택들의 가격평균을 기준으로 했다. 각각의 전용면적 1㎡당 가격을 계산한 뒤 비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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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매입 비용과 공공아파트 건설 비용간 차이 비교 / 경실련

기준이 되는 고덕강일 4단지의 전용면적 ㎡당 가격은 512만원(SH 공개 2020년 기준)이다. 가장 일반적인 매입임대주택 전용면적 59㎡로 환산하면 약 3억원이 된다. 

2020년 LH 매입임대주택의 전용면적 ㎡당 평균가격은 아파트는 845만원, 다세대 등은 793만원이다. 이를 59㎡로 계산하면 아파트 5억원, 다세대 등은 4억7,000만원이다. 

같은 시기 SH 매입임대 주택의 평균 전용면적 ㎡당 가격은 오피스텔은 830만원, 다세대 등은 765만원이다. 59㎡에 적용하면 오피스텔 4억9,000만원, 다세대 등은 4억5,000만원으로 계산된다.

즉 임대아파트를 1채 사들이는 금액은 공기업이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것보다 최대 2억원 가량 비싼 셈이다. 다세대주택을 1채 매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아파트를 공기업이 건설할 때 보다 최대 약 1억7,000만원 비싸다. 

이에 대해 경실련 측은 “기존 주택 매입가격이 아파트 건설원가보다 훨씬 비싼 이유는 매입가격을 시세 반영한 감정평가 가격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현행 감정평가 방식에 의하면 실제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과거 있었던 고가의 거래가격이나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공기업들이 시세나 다름없는 비싼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대거 사들인 덕분에 건설사 및 사업자들은 손쉽게 이익을 챙기게 됐고 집값 가격거품은 더욱 커졌다”며. “택지부족으로 공공주택 신축 공급이 어려워 기존 주택 매입을 하더라도 매입가격은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LH 등 공기업 세 곳에 △임대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살 수 있도록 매입가격 기준을 개선할 것 △매입임대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공개할 것 △기존 주택 매입임대가 아닌 민간 신축매입약정 방식매입을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잘 활용하면 저소득층에게는 좋은 입지의 공공공주택을 제공하고 건설사의 미분양 물량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단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침체기에는 건설원가 수준에서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매입가격에 공시지가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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