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0% 올라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핵심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는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미국 당국에 고민거리를 안겼다. 

◇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도 잡히지 않는 근원물가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5.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전월 대비 0.2%·전년 동월 대비 5.1%)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전월 동월 대비 CPI 상승률(5.0%)은 202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은 후 △7월 8.5% △8월 8.3% △9월 8.2% △10월 7.7% △11월 7.1% △12월 6.5% 순으로 둔화세를 보여 왔다. 올해 들어선 △1월 6.4% △2월 6.0% 순으로 6%대를 기록한 후 3월엔 5%대로 내려앉았다. 

3월 헤드라인(전체) 물가 둔화엔 에너지 물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에너지 물가 하락을 이끌었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6.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고차 물가도 11.2% 하락하며 헤드라인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근원물가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전월 동월 대비 근원 물가의 상승률은 2월(5.5%) 대비 0.1%p(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핵심 물가지표다. 통화당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중요한 지표다. 3월 근원물가는 전체 헤드라인 물가(5.0%)를 넘어설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거비 등의 물가 상승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리포트를 통해 “이번에 나타난 헤드라인과 근원물가의 역전은 이미 예상된 움직임”이라며 “가파른 헤드라인 물가 상승세 둔화는 작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급등했던 에너지가격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유가가 OPEC+ 감산 등의 이유로 상승했으나 작년 3월~6월 유가가 평균 106.4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까지 에너지가격 중심의 헤드라인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식료품 가격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진 점도 헤드라인 물가의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다만 근원물가는 다소 더디지만 점차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근원물가는 헤드라인과 반대로 여전히 견고한 흐름을 보였지만 일부 항목에서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며 “전체 물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년 동월 비로는 연고점을 경신(+8.3%)해 여전히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전월비로는 상승 모멘텀이 소폭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내 견조한 고용 및 소비와 연관성이 높은 슈퍼코어 서비스물가는 여전히 강한 수요 등의 영향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전진이 더딘 상황이나 전월보다 상승률이 상당 폭 둔화된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주거비 선행지표에 나타나고 있는 임대료 둔화 흐름이 시차를 두고 CPI상 주거 물가에 수개월 내 반영된다면 근원물가의 디스인플레이션도 더디지만 점차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리 인하 기대감 아직 일러”

다만 전체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리포트를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탄력적인 물가 둔화와 금리 인하에 베팅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상반기에는 서비스 물가, 하반기에는 상품 물가 둔화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이를 감안하면 물가가 금리 인하를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시기는 빨라야 4분기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과 은행권 위기 사태로 금리인상 종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투자업계에선 연준이 한 차례 더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2%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이 단행될 여지는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12일(현지시각)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8.29포인트(0.11%) 하락한 33,646.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6.99포인트(0.41%) 떨어진 4,091.95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02.54포인트(0.85%) 밀린 11,929.34로 장을 마쳤다.

하반기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내용이 담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최근 은행권 사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올해 하반기에 완만한 경기 침체(Mild Recession)가 시작되며, 이후 2년에 걸쳐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연준은 하반기 완만한 경기 침체를 전망하면서도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Consumer Price Index Summary
2023. 04. 12(현지시각) 미국 노동부 
Minutes of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2023. 04. 12(현시시각) 연방준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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