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이창용 총재, 금리 인하 가능성 부인… 금리 인상 여지 남아 ”
전문기관 “금리 여전히 변수로 작용… 미분양 등 여러 잠재위험 해소되야”

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이달까지 2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 / 뉴시스
한국은행이 2월에 이어 이달까지 2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0%까지 올린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이달 11일에도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 내에서 거래량‧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이상 기준금리가 시장 내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화색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련 전문가 및 전문기관은 한은의 2회 금리동결이 곧 주택시장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못박았다.

또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며,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 △부동산 PF 부실화 △미분양 주택 등 잠재적 변수도 상당한 만큼 아직 축배를 터뜨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시장 회복 기대감 증가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확산하면서 급격한 소비위축이 우려되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및 양적완화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종결되자 미 연준을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은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05%p(퍼센트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올해 1월(3.50%)까지 총 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던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평균 주택가격 변동률은 -0.8%를 기록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각각 -10%, -6.2%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부동산 불패로 꼽히는 서울 강남지역까지 -6.5%의 변동률을 보였다.

여기에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역전세난‧전세사기’ 이슈가 등장하면서 1년 3개월여만에 1만7,710호(2021년 12월 기준)에서 7만5,438호(올 2월)까지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올해 1월, 이른바 1·3 대책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는 일부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만 효과를 거둔 반면 지방의 경우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금리 요인이 부동산 시장 내 모든 변수를 집어삼켜 정부 대책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은이 2회 연속 금리 유지 결정을 내리자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막판에 다다랐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시장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한은의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 뉴시스
시장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한은의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 뉴시스

◇ 권대중 교수 “경기 침체도 중요 변수… 침체 늪 빠지면 금리 관계없이 집 사지 않아”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은이 2회 연속 금리 동결했다고 섣불리 시장 회복을 운운할 것은 아니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금리를 내릴 생각은 없다고 밝힌 만큼 고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거래가 활발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동안 거래가 됐던 물건은 △급매물 △분양권상한제 적용 분양 물건 △수도권 지역 위주 물건 등이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분양가를 유지 중인 상황이기에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침체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는 금리 외에 경기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화가 시장 내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와 함께 중요한 변수는 경기 침체인데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면 금리에 관계 없이 집을 사지 않게 된다”면서 “이외에도 부동산 PF 부실화가 본격화되면 은행별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장기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공급에 영향을 주게돼 4~5년 후에는 다시 주택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기 침체 및 부동산 PF 부실화 관련 각종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문도 교수 “ABCP 만기 도래 전인 9월 중소형 건설사 다수 정리 예상”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 겸임 교수는 “이창용 총재가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긴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향후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한다면 힘에 부친 한은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변수가 많은데 ‘고금리 기조가 종결됐다’, ‘금리 변수가 사라졌다’ 등의 소리는 희망사항일뿐”이라면서 “이번 금리동결은 부동산 투자하라고 단행한 조치가 아니다. 경기 침체 조짐, 연체율 증가 등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금리 인상시 더 큰 부작용이 예상돼 마지못해 한 조치”라고 우려했다.

한문도 교수는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변수로 부동산 PF 부실화와 미분양을 꼽았다. 

한문도 교수는 “올해 가을 전 부동산 PF 부실로 부도 위기를 맞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정한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만기가 오는 10월 도래하는데 9월까지 원금회수가 안되는 중소형 건설사들을 상대로 대출기관이 정리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뒤이어 “부동산 PF로 공사비·토지구입비 등을 마련한 시행사와 중소형 건설사들(시공사)은 분양을 완료해야 이를 상환할 수 있는데 미분양 증가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기관 입장에서 원금회수를 못하면 신용점수가 깎여 향후 자금 조달이 더 어렵게 돼 9월 전 시행사·시공사 정리 수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소형 건설사와 증권사, 제2금융권, 상호금융회사 등이 여럿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부동산 PF 부실화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계속 부도나게 된다면 심리 요인으로 인해 수요층이 거래에 나서지 않게 된다”면서 “이번 금리 동결을 평가하자면 주변 8개 악재 중 1개만 나아진 것으로 주택 시장은 종합적인 요인을 모두 검토해 평가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 뉴시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이전 부동산 PF 부실로 부도위기를 맞는 중소형 건설사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 뉴시스

◇ 김효선 수석전문위원 “금리 변수 상수로 전환됐으나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 존재”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수석전문위원은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금리 변수가 상수로 전환돼 금리 인상 이슈는 막바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권에서 기준금리랑 대출금리가 거의 유사해짐에 따라 금리 인상을 상단 리스크로 판단했던 수요자의 망설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금리 인상 이슈가 완전 해소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한국간 금리 격차가 있어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만간 한은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 역시 부동산 PF 부실화에 따른 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부동산 PF 부실화로 올 2~3분기 이내 어려움 겪는 시행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들 시행사는 △토지 구입시 들어간 막대한 비용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등이 몰려 사면초가인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어떤 정책으로도 부동산 PF 부실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안에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취득세 유예 △분양권전매 관련 실거주의무 폐지 △급하락한 전세가격에 따른 전세가율 변동 상황 등을 시장 변수로 선정했다.

◇ LH토지주택연구원 “금리 여전히 변수… 시장 회복하려면 여러 잠재위험 해소 필요”

LH토지주택연구원 한 전문가는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시장에서 기준금리 고점인식과 매수심리 회복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물가상승 우려와 금융위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다소 안정되고 있지만 그간 오른 금리로 높아진 대출금리는 여전히 부담”이라고 밝혔다.

또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 방향이 인하로 전환되지 않는 한 금리 동결이 시장회복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단 정부의 규제완화와 금리 동결로 부동산 가격의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문가는 금리가 여전히 시장 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 전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여전히 높은 현재 수준의 금리는 시장 내 잠재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 금리의 영향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요인 외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SVB, 크레디트스위스 등) △미분양 주택 증가에 따른 PF부실화 △경기둔화에 따른 소득 및 주택수요 감소 등이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위축된 시장이 회복하려면 △기준금리 하락 전환 △준공 후 미분양(악성미분양) 등 주택 미분양 지표 개선 △PF시장 안정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 완화 등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여러 잠재위험이 해소돼야 한다”며 “이를 종합 고려할 때 현재 주택거래 증가를 시장의 회복신호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며 단기간 내 시장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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