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은 전직 임원인 A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 시사위크
한양증권은 전직 임원인 A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양증권이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실적 호조세가 지난해 브레이크가 걸린 가운데 전직 임원의 비위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양증권은 전직 임원인 A씨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차명투자 의혹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구설에 올랐던 인사다.

◇ 전직 임원, 21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전직 임원인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14일 공시했다. 혐의 발생 금액은 21억5,0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한양증권 자기자본 대비 0.47% 수준이다.

한양증권 측은 “혐의발생금액은 고소장에 기재된 금액을 기초한 것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추후 수사기관의 수사 등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며 “당사는 본 건 관련한 제반 과정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추후 진행사항 및 확정사실 등이 있을 경우, 관련사항을 공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증권 측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혐의와 관련한 내용은 법적인 사항이므로 확인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담당하던 핵심 임원으로 알려졌다. PF 사업 업무 성과를 토대로 빠르게 승진한 것은 물론,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아 업계의 유명 인사로 떠올랐던 인사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아내 명의로 설립한 중개부동업체를 통해 자산운용사를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부동산중개업체는 자산운용사의 모회사인 부동산PF 투자전문회사가 발행한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A씨가 아내 명의로 차명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차명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관련 의혹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올해 초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작년 12월 31일 임기 만료 후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 한양증권 “차명투자 건과  관련 없어”… 잇단 논란에 내부통제 도마에

이에 배임 혐의 고소 건이 앞서 A씨의 차명투자 의혹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앞서 불거진 차명투자 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전직 임원의 비위 논란으로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양증권 관계자는 “당시 회사가 가진 정보와 본인의 진술을 믿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내부적인 심층 조사를 통해 혐의를 발견하고 고소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593억원 규모의 중소형사 증권사다. 적은 자본에도 그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1년엔 영업이익 1,162억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초로 1,000억원 돌파하기도 했다. 자기매매와 PF 등 기업금융(IB) 부분의 수익성 확대가 주효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증시 부진과 업황 악화 여파로 급격히 악화되면서 실적은 크게 급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양증권의 영업이익은 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급감했다. 자기매매나 기업금융 부문에서 실적이 좋지 못했다. 주식·채권·파생 상품을 거래해 수익을 내는 자기매매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8억원으로 전년(525억원) 대비 79% 감소했다. IB부문은 전년(677억원) 보다 42% 감소한 392억원에 그쳤다. IB부문의 핵심인 PF 부문이 부동산 업황 침체로 부진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낸 가운데 전직 임원의 비위 논란까지 불거져 경영진의 고민이 더욱 깊을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양증권-횡령·배임혐의 발생
2023. 04.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양증권- 사업보고서
2023. 03. 1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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