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으로 돌아온 박서준. / 어썸이엔티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으로 돌아온 박서준. / 어썸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5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청년경찰’부터 신드롬급 인기를 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할리우드 진출작 ‘더 마블스’까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배우 박서준은 “도전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며 더 다채롭게 채워질 앞날을 예고했다.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 역시 조금은 다른 모습을 꺼내기 위해,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택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지은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프로 한 ‘드림’에서 박서준은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나서게 홍대를 연기했다. 홍대는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홈리스 선수들의 실력과 팀워크에 기가 차지만, 재능기부로 나선 감독직을 그만둘 수도 없는 인물이다. 

박서준은 알면 알수록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홍대를 리듬감이 살아있는 연기로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특히 프로 축구선수 역할을 위해 전문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 것은 물론, 근육량을 늘려 체형에 변화를 주는 등 디테일한 노력을 더해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이병헌 감독도 “굉장히 센스 있고 좋은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박서준은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드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 배우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더 단단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박서준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 어썸이엔티
박서준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 어썸이엔티

-실화 소재였는데, 어떻게 다가왔나.  

“처음에는 몰랐다. 다행인 것은 촬영 때 축구를 지도해 준 분이 홈리스 월드컵에 실제로 다녀온 대표팀 감독님이었다. 그분을 통해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고, 가까워지게 됐다. 게임의 규칙이 수비는 한 명만 할 수 있고 공격은 다 할 수 있더라. 아무리 풋살이라도 왜 그런 규칙일까 했는데, 각자의 사정에 의해 낙오가 된 분들에게 골을 넣는 기회를 줌으로써 당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취지라고 하더라. 그 지점에 마음이 많이 갔다. 열과 성을 다해 선수들을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 그래서 월드컵 장면에서 진심을 다해 응원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홈리스, 사회소외계층을 다룬 이야기라 조심하거나 신경 쓴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는 나도 홈리스라고 하면 떠올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게 편견인 것 같더라. 사연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홈리스를 원해서 된 사람도 한 명도 없다. 자세히 바라보지 않았으니 몰랐을 뿐이고 편견이라는 것도 생긴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완전히 깨지는 계기가 됐다. 나도 빅이슈(노숙자 자활지원을 위한 잡지)를 파는 분들도 많이 봤고 직접 산 적도 많다. 그런 기억들도 도움이 많이 됐다. 열심히 살기 위해서 판매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더라.”

-축구선수 역할이었다. 준비 과정은. 

“다행히 촬영하기 전에 연습할 시간이 충분했다. 공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도 촬영할 때 NG가 많이 났다. 카메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직접 해야 나름대로 사실감이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직접 해보려고 했다. 잔디를 밟고 뛴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항상 보는 걸 좋아했던 축구를 해본다는 것, 에너지를 쏟는 것도 새로웠다. 좋아하는 것과 직접 몸으로 뛰는 것은 너무 다른 문제더라. 제일 궁금했던 것은 뛰는 폼이었다. 선수들과 나의 차이가 뭘까 하체일까 코어일까, 조기축구에도 나가면서 내 모습을 관찰하려고 했다. 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그런 지점들을 고민했다.”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재능 있는 선수를 넘지 못하는 홍대의 상황에 얼마나 공감했나. 배우 박서준도 노력으로 못 넘는 한계를 느낀 기억이 있나. 

“스포츠도 보다 보면 천재형이 있고 노력형이 있다. 그런데 나는 노력할 수 있는 것도 천재라고 생각한다. 나와 빗대어 생각하면 나도 당연히 홍대처럼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고, 콤플렉스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또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겨냈을 때 더 큰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열등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데뷔 초에 오디션도 많이 보고 떨어지고 하면서 바닥까지 가보기도 하고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것을 지나고 이겨냈을 때 도약하게 되는 느낌이 있더라. 매 작품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잘 할 수 있을까. 매번 도전 같다. 그것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 장점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도전의 선택을 하는 것도 있다. 나를 구석에 몰아야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럴 때마다 ‘그냥 하자’고 마음먹는다.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 일단 해, 부딪혀보자고. 그럼 뭐라도 나온다. 고민에만 빠지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쉬울 때가 있더라. 뭔가 풀리지 않는 순간이 늘 있지만, 그때마다 일단 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축구선수 홍대로 활약한 박서준(왼쪽에서 두 번째).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축구선수 홍대로 활약한 박서준(왼쪽에서 두 번째).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축구선수 역할로 보이는 것. 감사하게도 시나리오 안에서 이미 홍대를 잘 보여주고 있었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감독님의 리듬을 잘 찾아가고 호흡을 살리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축구선수로서 보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뛰는 게 이상하거나 공을 못차면 이상하잖나. 편집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해내지 못하면 나 스스로 자괴감이 든다. 나를 믿지 못하게 되고.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내겐 되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병헌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독특한 리듬과 색깔이 있는 연출자인데, 이 감독의 전작들에 대해서는 어떤 감상을 갖고 있었나.  

“‘스물’을 통해 이병헌 감독을 알게 됐다. ‘스물’이 공개됐을 때 20대 후반이었는데, 내 또래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 역할 자체가. 그래서 ‘스물’이 너무 신선했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준 분이 누굴까 했는데 이병헌 감독님이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이후에도 ‘극한직업’이나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제안을 줘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 

-함께 한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만의 호흡이 확실히 있더라. 감독님의 장르와 리듬을 느끼고 싶어서 이 작품에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잘 따라가 보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내가 너무 강해서 갇힌 마음으로 임하면 못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가 필요했다. 이것 또한 내가 잘 가져가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가졌다. 감독님은 불필요한 말을 잘 안하는 편이다. 필요한 말만 한다. 일도 효율적으로 한다. 스태프들이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은데,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끝날 때도 많았다.(웃음) 그런 것도 힘이 됐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한 박서준.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한 박서준.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아이유는 어땠나.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내가 그동안 생각한 배우 아이유는 진중하고 깊고 감정을 잘 표현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런 연기도 잘하는구나 싶었다. 잘하는 사람은 다 잘하는구나, 이유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나의 아저씨’나 ‘브로커’는 깊은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 작품이었다면, ‘드림’은 무게감으로 따졌을 때 비교적 라이트한 느낌이잖나. 그런 것도 잘 표현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데뷔한지 10년이 넘었다. 데뷔 초와 지금, 스스로 성장했거나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현장에서는 똑같은 것 같다. 언제나 모든 스태프와 빨리 친해지려고 한다. 재밌게 지내려고 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이 공간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명 정도 되는 스태프가 나만 쳐다보고 있는데,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짜증을 낸다거나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다. 나의 태도 하나에 이 사람들의 오늘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드림‘ 현장도 그랬다. 

개인적인 성장은 있었던 것 같다. 영화 개봉은 4년 만인데, 그 시간 동안 무기력함을 느꼈다. ‘이태원 클라쓰’ 끝나고 계속 촬영을 했는데, 촬영을 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관객, 시청자와 만나기 위함이잖나. 그래서 혹평이든 호평이든 흥하든 망하든 결과를 얻게 되는데, 어떠한 반응도 없으니까 에너지가 없는 거다.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깨달음을 다시 느꼈다. 한 순간 한 순간 소중하게 생각하자, 느껴보자 하는 생각.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하는 점이 성장한 게 아닐까 싶다.”

박서준이 배우로 걸어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 어썸이엔티​
박서준이 배우로 걸어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 어썸이엔티​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배우로 성장했고, ‘마블 입성’까지 이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 꿈꿨던 목표는 얼마나 이뤘나. 

“데뷔할 때 목표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가 되는 것. 지나고 보디 너무 감사하게도 제안을 많이 받게 되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거절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배우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어떻게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있을 수 있겠나. 그런데 참여한다는 것은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하고 다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 순간 부담도 느낀다. 그런데 그 부담은 늘 내가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마음가짐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항상 도전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안정적인 선택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캐스팅되기 전에 이미 투자가 확정된 걸까,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선택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하는 선택을 해서 과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역할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팬들도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니까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을 계속하면서 나를 채워나가는 게 앞으로의 꿈이다.”

-예능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 ‘서진이네’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데.  

“예능은 연례행사 같은 느낌이다. 나영석 PD님이 ‘윤식당’ 합류하고 나서 1년에 한 번씩 ‘서준아, 언제 시간 되니’라고 연락이 온다. 필요에 의해서 한다기 보다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하자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내게 주어지는 역할이 뭘까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드림’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가족들이 보기에도 좋고 진입장벽이 낮은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가 한국영화를 살릴 거라는 건 과도한 욕심이 아닐까. 다만 관객들에게 하루의 일부가 되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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