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21일로 한 달을 맞았다. / 뉴시스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21일로 한 달을 맞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지 오늘(21일)로 한 달을 맞았다. 현대카드와 손잡고 국내 결제시장에 등장한 애플페이는 지난 한 달 간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시장에 지속적인 파급효과를 가져다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 애플페이 뜨거운 관심… 현대카드 신규 회원 증가 수혜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지난달 2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초기부터 관심은 뜨거웠다. 서비스 첫날 가입토큰 수가 100만 건을 넘겼다. 출시 3주째를 맞은 지난 11일엔 가입토큰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가입자의 이용률은 60%”라고 말했다. 또 “NFC 단말기는 품귀현상”이라며 “NFC 단말기 보급이 아직 열세라지만 가입과 이용률은 간편페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큰은 신용카드를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다. 애플페이는 고객이 카드를 등록할 때, 카드 번호가 아닌 고유의 기기 계정 번호를 생성한 후 암호화 과정을 거쳐 사용자의 단말기 내부 보안칩(Secure Element)에 저장한다. 200만건 이상의 토큰이 발행됐다는 건 카드 정보를 등록한 기기 건수가 그만큼에 달한다는 얘기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는 가맹점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 미만에 그치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서비스 초기 뜨거운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도 비교적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백화점·쇼핑·마트·슈퍼·커피·제과·디저트·외식·생활가전·호텔·리조트저·레저·도서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가맹점은 100여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애플페이 결제를 위한 NFC 단말기 펌웨어 개선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내달께는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스타벅스는 20∼30대의 젊은 MZ세대 선호도가 높은 커피 프랜차이즈다. 스타벅스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지원된다면 큰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페이에 대한 큰 관심이 이어지면서 현대카드도 적잖은 수혜를 누린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첫 파트너 카드사로서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도입 준비를 이끌어온 곳이다. 서비스 한 달 째를 맞은 현재까지 애플페이 이용은 현대카드 고객만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신규 회원수가 크게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1만6,000명)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선 애플페이 제휴 선점 효과로 신규 회원수가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증가수는 지난달 업계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달 현대카드에 이어 신규 회원이 많은 카드사는 KB국민카드(14만9,000명), 신한카드(13만6,000명), 삼성카드(12만7,000명), 롯데카드(11만3,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 제휴 카드 논의 더뎌… 지속적인 파급 효과 지켜봐야 할 듯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제휴로 상당한 수혜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규 회원 모집은 카드업계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고 확산시키는데 적잖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겠지만 신규 회원수 증가만으로도 상당한 상쇄 효과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애플페이가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파급 효과를 지속적으로 가져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위해선 결제 가능 가맹점은 물론, 제휴 카드사도 확대돼야 한다. 

애플페이는 현재 현대카드 고객만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라 이용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인 20대 한 여성은 “아직까지 애플페이를 등록해 사용해보지 않았다”며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현대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기존 사용 카드 외에 추가 카드를 발급할 계획은 없다. 현재 사용하는 카드가 제휴가 되면 이용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플페이와 국내 카드사들과의 제휴 논의는 현재까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카드업계에선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을 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0.10~0.15%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페이 회사들이 카드업계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애플페이가 도입된 지 초기인 만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도 그렇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과 방식이 다른 페이사에도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애플페이와의 제휴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거자료 및 출처
월별 신용카드 이용실적
  여신금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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