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디’(감독 임재완)로 관객 앞에 서는 장동윤. / 트웰브져니
영화 ‘롱디’(감독 임재완)로 관객 앞에 서는 장동윤. / 트웰브져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장동윤은 2016년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로 데뷔한 뒤, 드라마 ‘학교 2017’ ‘땐뽀걸즈’ ‘조선로코-녹두전’ ‘써치’ 등과 영화 ‘뷰티풀 데이즈’ ‘런 보이 런’ ‘늑대사냥’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오아시스’에서 격동의 시기 속 굴곡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이두학 역을 맡아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은 장동윤은 이제 스크린으로 향한다. 오는 5월 10일 개봉하는 영화 ‘롱디’(감독 임재완)로 관객 앞에 선다. 그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롱디’를 소개했다. 

‘롱디’는 서른을 앞두고,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5년차 동갑 커플 도하(장동윤 분)와 태인(박유나 분)의 언택트 러브 스토리다. ‘연애 빠진 로맨스’를 제작한 한국 제작사 트웰브져니와 ‘서치’를 제작한 해외 제작사 바젤레브스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임재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요즘 세대의 새로운 연애 방식을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그려냈다. 

극 중 장동윤은 장거리 연애 중인 사회초년생 도하를 연기했다. 도하는 인디밴드 ‘연신굽신’ 보컬 태인의 열렬한 팬에서 연인이 된 일명 ‘성공한 덕후’로, 5년째 연애를 이어가며 취업까지 성공하지만 사회생활과 연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이다. 

장동윤은 일과 사랑을 모두 잡고 싶은 청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달달한 로맨스부터 지질한 면모까지 폭넓게 소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완성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롱디’에 끌린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동윤이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트웰브져니
장동윤이 작품을 향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트웰브져니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후반 작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서 나도 언론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다.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도 크고 궁금했는데,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재밌었다. 내가 보기에 재밌어야 자신감도 생기잖나. 재밌게 봤다. 기대 이상으로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주변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영화가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무겁거나 심각하고 날카로운 주제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일상적이고 공감할 내용의 이야기라 좋았다. 또 스크린라이프 형식으로 촬영된 작품인데, ‘서치’처럼 스릴러에만 어울리는 게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도 잘 맞더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나 인터넷 문화를 통해 공감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재밌었다. 그 지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제 SNS를 전혀 안한다고. 그럼에도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나. 

“도하가 개인 계정이 아닌 회사 계정으로 여자친구의 SNS를 염탐하는 것들은 (SNS를) 안 해도 공감이 되던데.(웃음) 이미 만연한 디지털 시대라서 공감했다. 어른들도 다 하잖나. 메신저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아버지가 유튜브 중독이다. 나도 끊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 내 또래, 나보다 어린 10대 청소년까지도 SNS를 하든 안 하든 인터넷에 워낙 노출된 세상이라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고.  

“도하의 감정선에 대해 주로 의견을 많이 냈다.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트북 앞에서 도하의 집 안을 찍는 것은 몰아서 한 경우가 있었다. 감정선이 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잘 잡고자 했다. 또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는 게 좋을지, 어떻게 해야 더 리얼하게 나올지에 대한 의견도 냈다. 오히려 촬영을 많이 해 본 감독님이 제대로 된 앵글로 잡으면 그 맛이 살지 않는 경우가 있잖나. 어설픈 일반인들의 느낌으로 잡아야 우리 영화에 맞는 느낌이 나올 때가 있어서 그런 지점에서 의견을 냈다. 수용을 많이 해주셔서 반영해서 같이 만들어갔다.” 

요즘 세대의 연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장동윤(왼쪽)과 박유나. / 트웰브져니
요즘 세대의 연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장동윤(왼쪽)과 박유나. / 트웰브져니

-도하는 조금 지질한 면모도 있는 인물이었다.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지질하게 보인 부분도 있고 지질하게 보이고자 해서 의도에 맞게 보인 부분도 있다. 태인이 이사 갈 때 우는 모습은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한 게 맞는데, 태인을 떠올리면서 휴지로 눈물을 닦는 장면은 약간 각을 잡고 감정 연기를 한 거였다. 그런데 관객들이 웃더라.(웃음) 나와 다르게 해석을 해서 보는 부분도 있구나 싶었다. 도하는 약간은 지질하고 눈물이 많은 설정이었고 거기에 맞게 충실하게, 충분히 보여주고자 했다.”

-실제 연애할 때도 눈물이 많은 편인가. 

“헤어지면 많이 운다. 기쁘고 행복한 걸 좋아한다. 나의 단점일 수 있는데 슬픔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나의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면 너무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게 싫더라. 기쁨만 공유하고 싶어 한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정신 건강이 좋은 편이다. 남에게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우선 이야기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상대방도 상심이 생기게 되잖나. 다른 사람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는 게 싫다. 그래서 안 좋은 이야기는 딱히 하지 않는다.”

-결혼관도 궁금하다.  

“주위 환경 때문인지 종교적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결혼을 꿈꿔왔다. 어릴 때부터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아이와 동물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뤄 살고 싶다는 꿈이 내 인생 최대 꿈이다. 대학교 때 취업하면 바로 결혼하고 싶었다. 마음은 굴뚝같다. 다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아직 일적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더 쌓고 싶은 마음도 있고 정말 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겠다고 예상한다. 그렇지만 일부러 미루고 싶은 생각은 없다. 좋은 사람과 기회가 생긴다면 할 생각이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결혼은 사생활이고 일은 일이잖나. 그걸 연관 짓는 게 맞나 싶다. 결혼한다고 회사에 허락 맡지 않잖나. 그런데 배우는 왜 안 되나. 그런 가치관을 갖고 있다.”  

-노트북 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많았다. 고정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색하기도 했고 당위성을 찾는 게 숙제였다. 물론 영화적 허용이 돼서 넘어갈 수 있지만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하나하나 이유를 찾아야 했다. 예를 들면 왜 노트북 화면을 닫지 않고 잠이 드는가, 이상하잖나. 너무 지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택배 상자를 왜 굳이 침대에서 뜯는가, 더럽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상심에 빠져있다는 식으로. 카메라 밖에서 뜯으면 영화에 나오지 않잖나. 이유를 찾아서 어색함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앵글에 잘 잡히고 있는지 확인을 하지 못하니까 NG도 많이 났다. 거듭해서 많이 찍었다. 반복하는 수밖에 없더라. 어려웠다.”

장동윤(왼쪽)이 새로운 촬영 방식을 경험한 소감을 전했다. / 트웰브져니
장동윤(왼쪽)이 새로운 촬영 방식을 경험한 소감을 전했다. / 트웰브져니

-비대면으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장면이 많았다. 연기는 혼자 상상하며 했을 텐데, 상대방의 리액션 없이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쉽지 않았다. 사전에 리허설을 하고 실제 영상통화를 하면서 연습을 했지만, 정말 아무도 없는데 상대방이 뭐라고 답할지 상상하면서 혼자 연기하는 게 ‘현타’가 오더라. 혼자서 리액션도 크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화면을 보며 마우스 커서 방향까지 맞춰야 했다. 빈 화면을 보며 마우스 커서 방향을 상상하고 창이 열린 것처럼 리액션하고 또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창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마치 두뇌게임 같았다. 공간 퍼즐하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어려웠지만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다.”

-몰래 촬영된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도하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실제 본인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나.  

“기억에 없는 것이라면 무서울 것 같다. 도하도 자기가 필름이 끊겼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에 없잖나. 그게 젤 무서운 거다. 그런데 결국엔 비하인드까지 밝혀져서 도하가 오해를 푼다. 나는 영상을 지우려고 한다기보다 진실을 파헤칠 것 같다. 처음부터 내가 맞다고 인정은 할 거다. 감추려고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미 감출 수도 없고 퍼진 상황이잖나. 당당하게 내가 맞다 인정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오해가 있다고 해명할 것 같다.”

-이슈몰이를 통해 SNS 팔로워 수를 늘리고 이득을 취하는 이들의 모습도 현실과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어떤 공감을 했나. 

“요즘은 이슈가 곧 돈이잖나. 현 세태를 반영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영화에서 도하도 이슈몰이를 통해 구독자도 늘어나고 덕분에 인생 역전을 하기도 한다. 돈 앞에서는 나쁜 이슈몰이도 호재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좋은 현상이라고 할지 가치 판단은 못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호재가 아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장동윤. / 트웰브져니​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장동윤. / 트웰브져니​

-SNS를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하고 싶다. 사적인 것을 활용해서 작품을 홍보도 할 수 있고 장점을 취할 수 있지만, 장점만 취할 순 없잖나. 책임도 져야 한다. 그 단점을 생각했을 때 내 관점에서는 하지 않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도 잘 하고 활용을 잘 하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운데 나는 아닌 것 같다.”  

-유튜브는 왜 끊으려고 하나.  

“너무 중독이다. 자기 전에 몇 시간씩 보고 그런 걸 1년 이상 지속했다. 그랬더니 정말 바보가 되는 것 같더라. 사고를 못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배우는 사고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잖나.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연기해야 하는데,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이 많더라. 그래서 근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열혈 구독자였다. 그런데 뇌가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너무 일상적이라 다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바보가 되고 있는 거다. 건강을 위해 끊고 있다. 그 시간에 영화를 더 보려고 하고 있다. 너무 좋아해서 끊는 거다.”

-배우로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쌓아나가고 싶나.  

“지금은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열심히 해서 성장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려고 한다. 좋은 배우라는 것은 나의 연기를 보고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대중문화예술인이잖나. 대중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최대 목표다. 대중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롱디’는 대중에게 어떤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풋풋한 사랑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재 나의 사랑은 어떤가 점검을 하면서 재밌게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볍고 귀여운 영화다. 재밌게 웃고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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