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전공 겸임교수

최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세 청년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과 희생은 전세사기의 고질적 사회문제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전 국민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사태를 주시하면서 국가와 정치권의 행보를 목도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이제 한국사회의 고질적이고 악성적 사회문제가 돼가고 있다. 서민층 주거지원이란 명분으로 행하는 전세대출제도는 은행들의 밥벌이와 전세사기꾼들의 사기행위를 도와주는 주단으로 전락하고만 것 같다. 전세대출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것이 이미 세간에 인지되고 있고, 이는 서민층과 청년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좋지 않는 정책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전세가격의 하락이 주택매매가격의 하락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세사기로 발발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여당은 4월 23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을 발표했다. △경매 시 우선매수권 부여 △우선매수권 대위 행사를 통한 LH 공공매입 △긴급저리 전세자금대출 지원 등이 주요 핵심내용이다. 여기에 대항력을 갖추고 전세사기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다수의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세우고 있다.

얼핏 보면 상당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미봉책’이다. 

이 같은 대책이 과연 이 사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면, 먼저 선순위 근저당 채권이 있는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떼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거나 아예 전부 날리는 것을 전제로 다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면서 거주해야 하는 것인데, 해결책이라 하기에는 미흡하다.

정부 여당과 달리 야당은 피해자의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고 공공매입을 통해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보상해주자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 피해대상의 범위와 피해시기의 특정, 그리고 기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존재한다. 또한 자칫 국민혈세를 이용한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오해를 살수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정부 여당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응급조치를 취한 후에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방향성은 현 시점에서 최선의 우선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근본적 해결이 무엇이라고 얘기하는 정치인과 정부관계자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 여당, 야당 그 누구도 이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적이고 아주 뿌리 깊은 근본적 암덩어리가 전세대출제도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개입한 전세대출 확대와 정부가 보증하는 보증보험제도가 전세시장을 왜곡시키고, 주택가격왜곡을 부추기고, 갭투기를 조장하고, 결국 전세사기판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은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 정도다.

이는 전세보증 사고금액 추이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과 2017년 전세보증 사고금액은 각각 34억원, 74억원 불과했으나 2018년엔 무려 792억원으로 증가했고, 이후 2019년 3,442억원 2021년 5,79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6,466억원에 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2015년 과도한 전세대출확대가 전세사기 증가의 원인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전세보증 사고는  계약 후 2년 뒤부터 발생하게 되고, 전세보증 사고금액 지출로 잡히는 건 다시 1년 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당국과 여야 정치인들은 이 암덩어리 전세대출제도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앞으로 개혁 또는 폐지하겠다고 국민에게 천명해야 할 것이다. 

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헌법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헌법을 해석해보면, 전세보증금이라는 국민의 재산권도 국가가 보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법률로 정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시장의 매매·전세·월세의 안전한 거래를 위해 국가가 공인중개사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공인중개사를 믿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은행 대출시 근저당 설정이나 대출 실행 전 임차인 확인 등이 애초에 법률과 제도로 완비돼있었다면, 청년들이 재산 손해를 보고 좌절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애초에 전세대출제도가 없었다면 전세가격이 이렇게 폭등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사고도 이렇게 급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축면에서 확대 해석해보면 국가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는가? 법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정치권에서 재산권 보장에 대한 법률의 불안정성으로 특히 서민 약자 층에게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이제 작금의 안타까운 청년들의 비극적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와 정부 그리고 법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오각성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명제를 정치세력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 안정적 주거환경과 재산권보호를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는 근본적 국가관을 되새기면서 국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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