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사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실 청사는 조금씩 손보기 시작해 새 단장을 마쳤고, 다소 혼란스러웠던 환경도 많이 정돈됐다. 

취재환경도 변했다. 처음엔 아침마다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특성상 서서 질문할 수 있는 현안이 많지 않았고, 길게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대통령과 직접 만난다는 의미가 있었다. 지나치게 ‘솔직한’ 대통령의 모습에 논란도 있었지만, 그래도 언론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는 모습이 조금 더 눈길을 끈 것도 사실이다. 

도어스테핑은 용산 이전의 명분인 ‘소통 강화’를 상징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MBC와의 갈등으로 인해 도어스테핑이 중단됐고, 대통령이 출입기자를 직접 만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사실 도어스테핑 중단만 있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신년 기자회견은 없었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무소식이다. 신년에는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해 다소 논란을 빚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거창한’ 행사를 바라지 않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다. 

대통령실이라는 특성상 취재 기자가 대통령을 자주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신년 혹은 ‘취임 n주년’ 기자회견에 눈길이 쏠린다. 수시로 마주할 수 없으니 신년 계기, 취임 1주년 계기로 대통령과 취재진이 마주 앉아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게 관례였다. 

참모진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이라 해서 ‘거창한 행사’를 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한다.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무슨 성과, 이래 가지고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그런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자화자찬 식 기자회견’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취재진에게 밝힌 바 있다.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소탈한 것을 선호하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 상, ‘취임 1주년’을 내걸고 그간의 성과를 나열하거나 예의를 차려 취재진과 질답을 나누는 것이 마뜩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윤 대통령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이야기기도 하다. 

그런데 그 이후 대통령실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국무회의에서 12분간 발언을 했다. 그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길지 않게 발언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특별담화에 가까웠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발언의 상당 부분을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에 할애했다. 

지난 2일 윤 대통령과 기자단이 만났을 때,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1년 성과를 담은 자료집을 배포한 바 있다. 이 책자에는 한미동맹 강화, 대통령실 이전, 재전건전성 확보 등이 담겨 있는데, 한 줄씩으로 간략히 사실관계만 나열돼 있었다. 이에 대통령은 해당 책자가 국민에게 정부의 성과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보완해서 만들기를 주문했고, 현재 국정기획수석실이 보충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속적으로 취임 1주년 관련 국정홍보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후 기자실을 찾아 짧게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해 감사했고 앞으로도 여러분이 저희들을 잘 도와주시기 부탁드린다”는 소감을 남기고 떠났다. 질문을 받을 시간은 없었다.

언론과의 대화는 언제 잡힐지 모른다. 대통령과 참모들이 일방적인 ‘발화’(發話)에만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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