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썩은 김치’ 파문에 휩싸였던 한성식품이 적자 및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지난해 ‘썩은 김치’ 파문에 휩싸였던 한성식품이 적자 및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썩은 김치’ 파문으로 큰 충격을 안겼던 한성식품이 거센 후폭풍을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고꾸라진 실적 및 회생절차 개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파문이 워낙 컸던 데다 ‘김치 명장 1호’ 타이틀을 앞세워 한성식품을 이끌어왔던 김순자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진 만큼 당분간 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적자·자본잠식에 회생절차 돌입… 김순자 대표는 재판행

국내 김치업계의 대표주자로서 ‘명품 김치’로 위상을 높여왔던 한성식품이 ‘썩은 김치’ 파문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2월이다. 한성식품 자회사인 효원의 심각한 위생실태를 고발한 공익신고자들로부터 제보 및 영상을 입수한 MBC가 이를 단독보도하면서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효원의 김치공장에서는 색이 변하고 쉰내가 나는 배추와 무 등의 불량재료를 사용하는가 하면, 생산현장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등 위생상태도 심각했다.

높은 위상만큼이나 파문 또한 거셌다. 한성식품을 설립해 이끌어온 김순자 대표는 2007년 정부로부터 ‘식품명인’에 지정됐으며, 이는 김치 부문 첫 명인 지정이었다. 2012년엔 역시 정부에서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또한 김치 부문에서는 첫 명장 선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한성식품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18년 평창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주요 국제행사에 꼬박꼬박 김치를 공급하고, 30여개국으로 김치를 수출해온 ‘국가대표’ 김치업체였다.

이에 한성식품은 곧장 해당 공장을 폐쇄하고 김순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해당 공장 뿐 아니라 다른 공장의 가동도 중단하고 전면 조사에 나서는 한편, “다시 태어나겠다”며 반성의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했던 만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성식품과 김순자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정부 차원의 조사 및 수사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파문의 진원지인 효원은 폐업이 결정됐고, 김순자 대표는 명인 및 명장 타이틀을 스스로 반납했다.

이후 ‘썩은 김치’ 파문은 세간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지만, 한성식품은 여전히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공시된 한성식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80% 줄어든 수치다. 또한 128억원의 영업손실과 3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뿐만 아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성기업은 지난해 ‘썩은 김치’ 파문의 여파로 회생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한성기업은 지난해 9월 20일자로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으며, 이후 회생계획인가 결정을 위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한성기업 측은 해당 파문 이후 주요거래처의 거래중단 등으로 매출이 줄어들어 심각한 유동성 문제가 야기되고,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초래됐다며 이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성기업의 유동자산은 2021년 말 기준 191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 기준 12억원까지 떨어졌고, 200억원이었던 총 부채는 360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63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편으론 사법절차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8명을 지난 1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김순자 대표는 특히 기소되는 과정에서 구속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검찰이 지난해 말 김순자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주범인 효원 부사장의 배후에 김순자 대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순식간에 몰락한 한성기업은 재기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가 잘 마무리되더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정상화 및 옛 위상 회복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식품업체에게 있어 위생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성식품 ‘2022사업연도 감사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508000550
2023. 5. 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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