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중국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졌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불황과 함께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출 실적은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무역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선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중 수출의 연내 회복 가능성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 5월도 무역적자로 출발… 중국 수출 부진도 지속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144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86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41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 수출 실적에 타격을 줬다. 지역별로 보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것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은 95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월(129억4,900만달러) 대비 26.5% 감소했다. 이달에도 마이너스 흐름은 이어졌다. 이달 1월부터 1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14.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 수출시장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는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 속도도 대중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선 수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우리의 주력인 반도체가 타격받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무역수지) 흑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수출 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대중 수출이 당분간 예상보다 약한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IT경기 부진 완화, 중국내 재고 조정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만 “글로벌 IT 경기의 회복 시점 및 속도와 더불어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이 대중 수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올해 코로나19 봉쇄조치 완화 이후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을 꾀하고 있다. 아직까진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하반기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 대중 수출 기업 10곳 중 8곳 “연내 수출 회복 어려울 듯”

다만 수출기업들은 대중 수출 회복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4일까지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를 상대로 ‘대중 수출 회복 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은 연내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4일까지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들을 상대로 ‘대중 수출 회복 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은 연내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4일까지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들을 상대로 ‘대중 수출 회복 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은 연내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회복 시점에 대해서 가장 많은 기업(40%)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야 회복 가능’(27.3%),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향상에 따라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17%) 순으로 답변했다. 즉, 올해 안에 대중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기업이 84.3%에 달한 셈이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 가시화로 올해 안에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7%에 그쳤다.  

대중 수출기업의 절반(50.7%)은 ‘올해 들어 대중수출의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출 기업들은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에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경쟁력 격차’를 묻는 질문에 ‘비슷한 수준’(36.6%)이거나 ‘뒤처진다’(3.7%)고 답한 기업이 40.3%에 달했다. 중국보다 앞선다는 응답도 ‘3년 이내’(38.7%)라는 응답이 ‘5년 이내’(15%)와 ‘5년 이상’(6%)을 답한 응답(21%)보다 많았다. 

‘향후 5년간 한국과 중국의 기술성장 속도 예상’에 대해선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성장속도가 한국을 능가하거나(41.3%) 비슷할 것(35%)’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성장속도가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답변은 23.7%에 그쳤다.

◇ 좁혀지는 한중 기술격차… 수출 기업 위기감↑

대한상의 측은 “대중 수출 부진은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기업들의 보유 재고량 증대 등 단기적 요인과 함께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의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가격 상승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만을 바라고 있기보다는 최근 10년간 보여 온 대중수출의 정체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및 산업경쟁력 전반을 쇄신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중 갈등 심화와 코로나 봉쇄 경험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의 중국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고, 중국의 자급률 제고도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품목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무역흑자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단기정책과 더불어 주력제조업의 고도화, 첨단산업분야 기술투자 위험분담 등 수출, 산업경쟁력 전반을 쇄신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선 한중관계의 정치적 긴장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관계의 긴장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한미 안보협력 강화 행보 이후 높아진 분위기다. 이러한 정치·외교적 이슈가 양국 간 무역에 불확실성을 높일 지 산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수출입현황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http://www.bok.or.kr/portal/bbs/P0002353/view.do?nttId=10076875&menuNo=200433
2023. 04. 17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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