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처리가 우선… 이달 25일 이후에나 논의 예상”
전문가들, 실거주 의무 폐지 두고 ‘역전세난 심화 우려‘ vs ‘별다른 영향 없을 것‘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와 함께 패키지 규제 완화로 거론됐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 뉴시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와 함께 패키지 규제 완화로 거론됐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지난 4월 도입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와 함께 패키지 대책으로 거론됐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한 달여 기간이 흐른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당초 정부는 지난 4월 7일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 내용이 담긴 일부 개정 주택법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빠른 시일 내 주택법을 개정해 ‘실거주 의무 폐지’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같은 달 26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내용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이어 이달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주택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보류됐다. 이후 주택법 개정안의 국토교통위 심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주택법 개정안 심사가 자꾸 연기되는 이유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와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2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향후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시 규제완화(전매제한 기간 축소 및 실거주의무 폐지)가 집값 폭등의 또 다른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진 전세사기도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지 지원을 위한 특별법 마련을 최우선 사안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와 함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시행될 경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 바 ‘갭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전세사기‧역전세난의 주요 쟁점 사안인 보증금 미반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무분별한 ‘갭투자’인 점도 문제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제외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가 지난달 7일부터 시행됐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제외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축소가 지난달 7일부터 시행됐다. 

◇ 여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처리 이후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

지난 1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전세사기 지원을 위한 특별법 처리를 위해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빨라야 오는 6월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야당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어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심사일정을 잡으려면 양당 간사간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처리가 최우선 사항으로 잡히면서 계속 지연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시 ‘갭투자’가 늘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서울의 경우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강력한 규제가 있기 때문에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가 된다고 해서 ‘갭투자’가 바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무래도 ‘갭투자’는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 위주로 몰리는 만큼 이 부분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안건이 법안심사소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이긴 하나 최근 전세사기 이슈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 특별법 처리부터 여야가 먼저 처리키로 했다”며 “특별법 처리 이후 주택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위원회에 속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으로 인해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외에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해제 등 규제 완화 관련 다른 법안들 역시 모두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언제쯤 양당 간사가 만나 논의할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당에서는 전세사기 이슈에 집중하느라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해 당 차원의 입장 등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처리한 뒤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알렸다.

현재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우선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 뉴시스
현재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우선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 뉴시스

◇ 전문가들, ‘실거주 의무 폐지’ 두고 ‘즉시 시행‘ ‘심사숙고‘ 이견

전문가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해 심사숙고하자는 주장과 당장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 등 의견이 분분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 폐지’까지 시행된다면 ‘갭투자’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무순위 청약 등의 경우 거주지와 상관 없이 전국 각지에서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사는 사람이 서울 지역 아파트 무순위 청약을 통해 ‘갭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로 현재 서울·수도권의 분양률이 개선 중인 상화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까지 된다면 수요가 더욱 늘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반면 주택가격 급등은 억제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신호까지 약해 시장에는 실수요와 함께 투기 수요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송승현 대표는 ‘실거주 의무 폐지’ 도입 시기를 전세시장이 안정된 내년 이후로 늦추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갭투자’로 전세 물량이 급증하면서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역전세난’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즉 전세 물량이 급증하면 주변 전세 시세까지 떨어지는데 이는 곧 집주인들의 보증금 미반환까지 이어진다”라고 예측했다.

이어 “‘역전세난’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 ‘실거주 의무 폐지’를 도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실거주 의무 폐지’ 이후에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시행된다면 시장 거래는 당연히 활성화 될 것”이라며 “만약 당장 폐지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실거주 의무 폐지’로 인해 ‘갭투자’가 늘긴 하나 이를 전세사기 등과 연관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며 “‘실거주 의무’ 적용은 주로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는데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60% 내외로 80% 이상인 빌라·오피스텔과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뒤이어 “직장 위치, 이사 등으로 사정상 집을 사두고 지방에 거주할 수도 있는데 시장에서 월세보단 전세를 선호해 사둔 집을 전세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실거주 의무 폐지’를 풀어야 하는데 이때 투기세력이 몰릴 수 있다. 허나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하고 갭 차이도 적어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고준석 대표는 “실거주 의무 자체는 명백한 규제로 시장 원리에 따라 폐지하는게 맞다”며 “내년에 폐지하나 올해  없애나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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