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 낮고 단기간 차익 창출 가능해 투자 활발… 미분양 해소에도 도움
서울 및 수도권에 투자수요 몰릴 가능성 커… 지방 미분양 심화시 악재로 작용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다음달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정부의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다음달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와 수도권 분상제(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하는 실거주 의무(2~5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제도 시행 이전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냉각기를 겪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까 시장 구성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시행되더라도 미분양 해소 등에 소폭 도움이 될지언정 당장 급격한 시장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전국 분양권 전매건수 최근 1년 새 약 1,000건 증가

최근 3개월간 분양권 전매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국 평균 2,697건이었던 분양권 전매건수는 12월 2,921건, 올해 1월에는 3,400건까지 늘어났다. 

올 1월 분양권 전매건수는 작년 1월(2,405건)에 비해 41.3%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1년간 분양권 전매가 3,000건을 돌파한 시기는 작년 8월(3,238건)에 이어 올 1월이 두 번째다. 

1년간 서울의 분양권 전매건수도 11건에서 2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3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3월 중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수도권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하며 동시에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요건 폐지도 추진한다.

때문에 규제 완화 대책 시행 이후 분양권 전매건수는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는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여부다.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계류로 이달 중 시행 예정이었던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는 다음달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완화 대책 등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원래 28일 국무회의 때 상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날 상정되지 않았고 내달 4일 열리는 국무회의로 일정이 늦춰졌다.

이처럼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가 지연된 것은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포함된 개정 주택법이 국회 계류 중인 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완화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실거주 의무도 함께 폐지돼야 한다”며 “따라서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심사 과정을 지켜본 뒤 이에 맞춰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처리하고자 국무회의 상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된 주택법 개정안은 이달 30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뤄진다.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국토위에 소속된 여야 의원들로부터 별도의 의견을 전달 받은 것은 없다”며 “오는 30일 오전 열리는 소위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주택법 시행령과 관련된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당 차원에서 반대의견 등도 접수된 것이 없다”며 “아마 법안심사 때 각 의원들이 각각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위원회가 오는 30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 뉴시스
국토위원회가 오는 30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 뉴시스

◇ 전문가들 “규제 완화, 미분양 해소 효과 있어… 단, 지방 미분양 심화 우려”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미분양 해소 등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자칫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수석전문위원은 “전면 규제 완화가 펼쳐진다면 투자 목적으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만큼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권은 가격대가 낮고 단기간 차익을 얻을 수 있어 투자‧투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서울의 경우 거래가 활발하지만 지방은 아직도 청약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때문에 대구‧경북 등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곳은 우선 규제 완화하고 서울‧수도권은 상황을 본 뒤 나중에 하는 등 지역별 편차를 두고 핀셋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제안했다.

또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확 와닿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듯 싶다”며 “서울‧수도권 지역은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의 추가대책 마련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미분양 해소 격차 문제를 우려했다. 

송승현 대표는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만으로도 거래가 늘겠지만 실거주 의무까지 함께 폐지된다면 투자 수요까지 몰려 거래는 더욱 활발해진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청약‧미분양 등의 격차가 엄청난데 분양권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까지 풀게 되면 수요층 대부분이 서울‧수도권으로 몰려 지방의 미분양 해소가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며 “지방의 미분양 상황이 심각해지면 건설사 연쇄도산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PF 연체 △제2금융권 부실 △은행권 건전성 문제 등으로 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규제 시기를 차등을 두자는 의견에 대해선 “이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 되기에 효과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자들은 결국 기다릴테고 서울·수도권의 규제가 풀렸을 때 다같이 뛰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굳이 급하게 분양권 전매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는 서울·수도권 보다는 지방의 미분양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방의 미분양 해소 자구 노력을 지켜보고 동향을 점검해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전매제한 규제 완화가 풀린다고 해도 실거주 의무 폐지가 이뤄져야 규제 완화 효과를 본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안풀린다면 다주택자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현재 야당에서 주택법 개정안에 반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야당이 조만간 법안 처리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 상황 및 정부 대책과 관련해서는 “일각에선 지금 시장이 바닥에 닿았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정부는 부동산 관련 각종 세제혜택을 모든 층에 주기보다는 우선 무주택자에게 취득세 등의 혜택을 부여한 뒤 미분양이 증가했을 때나 다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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